특별히 놀기

New Haven, CT/Yale Univ.

바리차 2016. 2. 22. 01:02

New Haven, CT

동부에 오래 살다보니 아이비 리그 대학에 의도치 않게 가게 된다.

2012년부터 콜럼비아,코넬, 하버드, 유펜, 프린스턴, 브라운을 차례로 방문했는데, 지난 주 예일까지 다녀왔으니 이제 다트머스 하나만 남았다. 프린스턴까지는 뭐 그렇다 치고- 브라운부터는 정말 계획에 없었는데 코네티컷주로 이사온 후 편도 1시간 정도의 주말 여행지를 찾다보니 브라운과 예일까지 가게 되었다. 설마 다트머스까지 갈 일은 없겠지. 그럴 마음도 없고. 


어쨌거나 3년 전쯤 하버드를 갔을 때 서점에서 Beat Yale 응원도구를 끼고 이 사진을 찍었는데, 설마하니 예일까지 가게 될 줄은 당시는 몰랐다. 예일에서 Beat Harvard를 찾았으나 Go Yale밖에 없어 사진은 찍지 않았다. 하버드와 예일은 연고전처럼 풋볼게임을 오랫동안 치뤄왔다. 



이 아저씨는 예일에서 총장을 진짜 오래하신 Theodore Dwight Woolsey 라고 한다. 바리따와 함께 설렁설렁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캠퍼스 투어그룹 가이드의 설명을 도둑질해서 들었는데, 이 분이 좀 스포츠 광이었어서 예일 학생들이 하버드랑 게임이 있는 날, 이 동상의 발을 만지며 Good luck을 기원하고 경기를 하면 이겼다는 Legacy가 있단다. 관광객들은 우리 아이 예일에 들어오게 해 주세요~ 하면서 한 번씩 만지고 가는 곳이다. old campus를 디자인한 것도 이 사람이라고. 건물들을 사각형으로 쭉 두르고 사방에서 캠퍼스로 들어올 수 있는 문을 만든 다음, 그 안에 생기는 광장같은 공간에서 재학생들이 서로 활발히 교류하고 토론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사각형으로 둘러진 모든 건물로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고- 



그룹이 서 있는 저 공간, 총장 동상이 있는 저 곳이 old campus의 중앙쯤 될 것 같다. 봄이 오면 잔디에 누워 삼삼오오 짜장면 대신 샌드위치나 샐러드를 먹고 있겠지.

어쨌거나. 바리따씨와 나는 굳이 대학탐방을 하러 간 것은 아니다. 그나마 볼 것이 있는 도시 위주로 가다보니 그 곳에 대학이 있었을 뿐. 그래도 아쉬운 점은 우리가 대학을 구경할 때 가장 즐거워 하는 부분이 도서관인데, 아이비 리그 대학의 대부분이 외부인의 도서관 출입을 금한다는 점이다. 투어를 신청하면 들어갈 수 있지만, 도서관 보려고 그렇게까지 하기는... (우리 둘다 게으르다). 그냥 그 대학 친구 한 명이 있어 같이 들어가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 그런 면에서 외부인에게도 오픈되어 있는 코넬의 도서관은 정말 사랑스러웠다.



코넬대학- 여긴 메인 도서관은 아니었는데, 내부가 너무 아름다워서 몰카를 찍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말/시험기간이 아니었음에도 구석구석 차 있는 학생들을 보며- 바리따씨와 그래! 대학이란 이런 곳이어야지! 했던 기억이 난다.  덤으로 코넬대학의 전경.



바리따씨와 롱디를 하던 시절. 코넬은 중간지점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물론 한 번 밖에 만나지 않았지만. 코넬은 이렇게 산에 덩그라니. '학생여러분! 공부만 하십시오' 하고 서 있어서, 주말에도 학교를 아니갈 수 없을 것 같다. 바리따씨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전설의 고향에 나올 법한 으쓱한 산길을 달리고 있을 때 미국 라디오에서 나온 '강남스타일'은 잊을 수가 없다. 오빤 강남 스타일이 You're gonna be okay로 들렸으니.

다시 돌아와서.

어차피 들어가서 구경도 못할 대학은 설렁설렁 보고, 밥집과 찻집을 찾는다. 점심으로 선택한 집은 PRIME16 . 맛난 버거 집이라 해서 들렀더니 역시나 자리가 없어서 테이블을 기다리기는 싫고 그냥 BAR에 앉았다.


서버는 정말 미친 듯이 바빴다. 1. 바리따씨의 excuse me는 3번은 씹은 것 같고, 2. 음식이 나온 후에도 포크와 나이프를 주는 것을 잊었으며, 3. 맥주와 스프라이트는 총액에서 빼 먹고 계산서를 줬다. 서비스가 형편없어 (물론 그녀의 탓은 아니다. 저렇게 바쁜데 임금수준은 어떨까 걱정이 될 정도였으니), 그냥 말 않고 넘어가려다가, 바쁜 그녀에게 부담까지 주긴 싫어 다시 계산서를 달라고 했다.

주차시간이 얼마 안 남아 후드득 들어갔다 온 Book trader cafe. 건축과 건물 근처에 있다. 중고서점을 겸한 카페다. 커피 맛은 정말 별로였지만, 여기 살았으면 단골집이 되기에 크게 부족함은 없는 장소였다.



뉴헤이븐은 생각보다 넓지 않다. 정말 예일 대학 하나 있는 컬리지 타운인 것 같은데 왜 뉴스를 보면 하트포드(코네티컷 주도)보다 뉴헤이븐 소식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을까? 좋은 점은 바로 근처에 IKEA가 있다는 것. 오는 길에 봄맞이 침대커버 사 들고 룰루랄라 집으로.

바리따씨는 그날 밤 너무 많이 걸어 다리가 아파 죽겠다는 내게 "오늘도 잘 살았어요" 라며 칭찬해 주었다. 주말에 무엇을 '특별히' 한다는 것은 바리따씨에겐 '삶의 질의 척도'다. 나는 놀면서 덤으로 남편의 삶의 만족도를 높인 착한 아내까지 된 셈이니 이래저래 남는 장사를 한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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