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메뉴

2016년 발렌타인 데이

바리따 2016. 2. 16. 10:51



오늘의 메뉴 


신선한 채소와 제철 과일을 곁들인 구운 관자 샐러드

쇠고기로 속을 채운 이탈리아 고추와 치즈로 속을 채운 가지 구이

줄기콩과 연어를 구워 곁들인 한국식 새우크림파스타

생딸기를 얹은 바닐라빈 아이스크림




정체를 알 수 없이 유명한 날인 발렌타인 데이가 돌아올 때마다 우리 부부는 (정확히는 내가) 어떻게 보낼지 고민을 한다. 이 때다 싶어 빵빵 때려대는 광고에 지고 싶지는 않지만, SNS나 인터넷에서 특별한 하루를 보낸듯한 사람들을 보고 특별한 하루를 허투루 보낸 불성실한 남편이 되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부부가 함께 앉아 한차례 고민을 한 후에, 외식을 하는 대신 집에서 코스요리를 재현하기로 결정하고, 영하 이십도에 (원래 미동부의 겨울이 좀 지긋지긋한 감이 있지만, 이건 유별난 추위다) 육박하는 날씨를 뚫고 식탁보와 와인 그리고 다른 식재료를 사는데에 토요일을 바친다.


많은 유학생들, 특히 남자들,의 경우에 아예 식탁이라는 존재가 없을 수도 있고 그 위에 장식을 하는 경우 역시 드물것이다. 20불을 투자해서 식탁보와 꽃병, 꽃을 사서 꽂아보도록 하자 (유학생들의 사랑 TJ Maxx나 Marshall, Homegoods를 가면 가능하다). 잘 따라서 와인을 한잔 놓아두어도 좋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러고 있나"를 되뇌이며 끼니를 떼우는 장소에서 "레스토랑에 혼자 앉아 고상하게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나"를 떠올릴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할지니.


훌륭하게 코스를 차려먹고 - 물론 우리는 셰프, 서버, 손님의 세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한 코스를 끝내면 기운이 가시기 전에 빨리 다른 요리를 플레이트에 올려 셋팅해야 한다. 우습게 생각되겠지만, 이게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다 - 치우면서 생각한다. 그래서 발렌타인 데이가 대체 무엇을 위한 날이라고? 위키피디아를 슬쩍 보고 5초 뒤에 바로 까먹는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 이유로 예쁘게 담아서 차분히 먹는 일이 드문 우리 부부에게, 발렌타인 데이는 그렇게 기분을 내는 날이 되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요리의 지평을 넓히고, 셰프가 된 것처럼 접시에 소스로 모양을 그리기도 하고, 접시에 음식을 예쁘게 담아서 맛있게 먹는다. 식탁보와 꽃병에 꽃, 그리고 와인은 필수다. 이렇게 발렌타인 데이는 특별해졌다.


그러니까 식탁보와 꽃병은 꼭 사용하자.


'오늘의 메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홈메이드 케익  (5) 2016.12.27
중식 돼지고기가지덮밥 with cilantro  (2) 2016.12.24
명란 파스타  (0) 2016.12.24
앤초비 오일 스파게티  (1) 2016.12.21
바리차의 Special Valentine's Day  (0) 201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