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놀기

2017년 4월 마지막 주말, NY

바리차 2017. 5. 16. 00:25

올해 미동부의 봄은 없나보다 싶을만큼 5월 중순인 오늘까지 매일 비 오고 흐린 날이 지속되고 있다. 예년같으면 4월에 마지막으로 눈 한 번 오고, 5월에 접어들면 화창+쨍쨍해야 하는데 이렇게 이상기온이 지속되면 딱히 적극적 환경보호주의자가 아님에도 불안하다. 날씨라는 게 어찌보면 한국의 경제같은 게. 매년 안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 그러나 다행히도 4월 말에 하루 딱 화창한 날이 있었으니! 노는 박사네가 대선 재외국민 투표를 위해 뉴욕으로 떠난 그 날이다. 

누가 보면 한국인 줄

투표소 밖으로 길어선 줄은 미국에서 3번의 선거에 참여하는 동안 처음보는 광경이라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제발...의 마음을 품고 떠난 투표소인데, 결과가 100%로 만족스럽진 않지만 (나의 바램은 홍**의 10% 저지였다) 매일 아침 기분좋은 뉴스를 접하게 되는 걸 보면 나의 한표가 소중히 잘 행사되었다는 뿌듯함이 든다. 투표 후 브루클린 꽃축제를 갈 계획이었으나 예정보다 시간이 늦어졌다. 박산달 국밥에서 국밥 한 그릇 뚝딱하고, 디저트로 꿀떡을 사 들고 대신 근처 공원 플러싱 매도우 파크로 향했다. 뉴욕 매츠 야구경기장 근처 공원이었는데 남미계열의 가족단위 이용객이 많았다. 오랜만에 북적북적한 공원에 가니 사람냄새가 나서 좋았다.

어른들은 축구경기를 하고 아이들은 자전거 경기를 한다.

민들레가 흐드러지게 피었길래 꽃반지를 만들었다. 결혼반지를 (또) 깜빡하고 끼고 나오지 않았기에 바리따씨에게 사죄하며 애교를 좀 부렸다. 투표 인증 마크는 그저 붉은 점으로만 남았다. 

이제 어디 가지? 수십번 고민하다 아스토리아에 가서 맥주 한 잔 마시기로 했다. 지는 해가 들어오는 자리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 구경을 하려고 했지만 너무 눈이 부셔 할 수 없이 Bar로 자리로 옮겼다. 여기 살면 자주 (혹은 주말마다) 이런 곳 올까? 라고 바리따씨에게 물었더니, 그는 단호하게 no라고 했다. 이런 데 안 와도 좋으니 살기만 해도 좋겠다 싶었다. 

저기 환히 빛 받고 있는 여인이 있는 자리가 우리가 처음 앉았던 곳이다

도시. 동네 흔한 커피가게. 쳇. 우리 동네 있었으면 대박났으텐데

다음 날.

드디어 미국에서 ~해야지 리스트에 있었던 "야구경기 봐야지" 를 실행했다. 이 날은 뉴욕 양키스와 메릴랜드 볼티모어의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야구 팬이 아닌 우리는 가장 싼 표인 4층 구석표를 사서 (인당 $15) 경기장 관람을 하기로 했다. 볼티모어 소속인 김현수가 이 날 나오지 않았기에 양팀을 통틀어 아는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양키스 구장이라니! 검색해보니, 양키스 구장은 그 웅장함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란다. 하루 만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관중이 꽉 들어차진 않았다. 

$15 좌석 뷰. 훌륭하군

더 가까이서 보고 싶으면 내려가서 서서 보지 뭐

꽤 재미난 경기였다. 볼티모어가 앞서가던 9회. 양키스가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그냥 볼티모어가 이겼다. ㅋㅋ 8회 말 패색이 짙어지자 양키스 팬들이 대거 경기장을 떠났는데, 연장전엔 그 자리에 대신 앉아서 경기를 관람했다. 경기 끝날 때가 되니, 진행요원들도 제재를 안 한 듯. 간간히 let's go yankees를 외칠 뿐  한국같은 응원가가 없어 굉장히 심심했다. 주황봉다리 하나씩 나눠주고 싶었다. 바리따씨는 조만간 레드삭스 경기를 보러 가자고 했다. 양키스와 레드삭스가 붙으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6월. 보스톤에 가려고 한다. 5월 마지막 주말엔 해밀턴이나 위키드 로터리가 되어서 뉴욕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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