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차씨 방

4년 만에

바리차 2021. 6. 6. 23:45

1.

4년 만에 블로그에 로그인을 했다.

쉽지 않았다.  

티스토리는 휴먼계정 상태에, 재활성화를 하려니 비밀번호를 잊었다. 이메일 인증을 하려고 보니 구글 자동로그인 기능을 써서 이메일 비번을 모르겠다. 어찌어찌 해서 겨우 인증까지 거치니, 그새 티스토리는 카카오 계정으로 로그인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네. 카카오 계정 로그인을 하려고 보니 카카오 비번도 모르겠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여러 개의 비번 조합을 시도하다가 얻어걸려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해 본 적은 없지만 카드 돌려막기 같달까. a플랫폼의 나, b플랫폼의 나, c플랫폼의 내가 서로를 나라고 증명해줘야 한다. 전화번호, 이메일 두 개로 본인인증을 해야 하는데 영원하지도 않은 정보와 플랫폼을 가지고 나를 증명하라니. 카카오는 영원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나. 

4년 만에 로그인을 해서 쓰는 이 글의 존재도 영원하지 않을 것인데. 그래도 오늘은 로그인을 해서 글을 써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2.

이사를 했다.

4년 만에 이사다. 4년 전. 미국을 떠나 한국에 정착하고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바리따씨가 정착지 정보를 남기고 내가 추가 글을 쓸 거라 기대했지만 글을 쓸 마음과 여유가 없었다.

새 보금자리는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집의 분위기와 조금 더 가까운 듯한 느낌을 받는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불이 더 노르스름해서 그런가보다. 출근을 앞 둔 일요일 밤 11시 30분이지만, 예전 집에서처럼 잠을 독촉하지 않고. 밤의 무드를 즐기기로 한다.

글을 쓸 마음과 여유가 생겼다. 이사를 했는데 그 집의 불이 노르스름해서

3.

솔직히 그런 것도 있다.

글을 계속 써야 하는 직업을 가졌는데. 4년 동안 그 글이란 것이 내 머리와 마음에서 나온 것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직업으로의 글 쓰기는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은 거다. 여기서 온전히 나의 언어로 글을 써야겠다 싶었다. 지난 달부터 든 생각이다.

4.

바리따에게 30분 전 블로그나 해야겠다고 말했을 때 쓰려던 글은 1-3이 아니다.

이사해서 하려고 했지만 하지 않을 것에 관한 글이었다. 베란다에서 토마토 기르기, 베란다에 유럽 집처럼 빨간 꽃 화분 걸어놓기 같은 사소한 것들. 블로그 이름에 걸맞게 말이다.

1을 쓰다가 뭘 써야할지를 잊었다. 그래도 4년 만에 4번까지 뭐라도 썼으니 그냥 만족하련다.

원래 이 공간은 이럴려고 만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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