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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ning in Barcelona

여섯달 간의 바르셀로나 생활이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이다. 게으름을 이겨내고 감각이 생생할 때 이런저런 것들을 적어두려 한다. 오늘은 러닝 얘기.개인적인(러닝 관련된) 얘길 먼저 좀 하면, 그동안 아주 캐주얼하게(기록 갱신에 별 관심이 없다)라도 십년은 넘게 러닝을 해왔고, 미국에서 생활할 때 러닝 경험에 대해 좋은 기억이 있어서 이곳에서도 꾸준히 러닝을 이어가려 했다. 좋은 기억이라는건 1)평소 러닝 환경, 2)레이스 대회에서의 분위기 같은 것들인데, 한국과 비교하면 미국에서의 환경이 확실히 더 좋았던것 같다. 미국에서 거주한 동부의 기후가 전반적으로 (한국 보다는) 달리기 좋았고, 한국에서 거주하는 세종시에서는 주로 호수공원, 금강변, 작은 천변 등의 루트를 달리는데, 묘하게 자연 친화적이지 않은 느낌..

비 내리는 겨울,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살기를 선택한 이유는 날씨가 컸다. 안식년을 보내기에 가장 쉬울 것 같은 선택지로 영국이 있었지만 학부 교환학생으로 8월-2월을 보내면서 영국에서는 다시 '살지는' 말자 싶었다. 20대 초반의 나는 꽤 음울했던 편이라 비 오는 날을 매우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 '해'가 없이 사는 것은 즐겁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두 번째 쉬울 것 같은 선택지였던 빌바오는 다행히 지인의 지인의 조언 덕에 살기를 피했다. 그 분은 한국인이 스페인에 대해 가지는 로망은 빌바오에는 없다고 했다. 비가 많이 오고, 겨울은 춥고, 언어도 어렵고, 북부의 사람들은 곁을 잘 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바르셀로나 살기를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정말 쉽게 교수와 연락이 닿았고 이민법 개정으로 비자가 늦게 나온 것만 빼면 ..

우리 동네 이야기: Vila de Gracia

바르셀로나에서 우리가 사는 곳은 빌라 데 그라시아(Vila de Gracia)이다. 스페인의 행정구역은 자치주-주-시-구-동네로 구분된다. 우리는 카탈루냐 자치주 중 바르셀로나주 바르셀로나시 그라시아구 빌라데그라시아 동네에 산다고 보면 된다. 그라시아는 바르셀로나를 대각선으로 가르는 Diagonal 바로 윗쪽에 위치한다. 까사밀라, 까사바트요 등 관광명소가 많은 거리, Passeig de Gracia와 바로 연결되는 동네이다. 여기에 집을 구한 첫 번째 이유는 학교에 바로 가는 메트로 라인 정류장과 가까워서였다. 이사한 후 4달동안 학교에 10번도 채 가지 않았지만, 집을 구할 때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학교에 갈 줄 알았다. 학교와 상관없이 이 동네는 내 마음에 꼭 들었는데 서울의 연남동 같은 분위기..

마요르카 여행(09.30.2025 - 10.03.2025)

마요르카는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같은 곳이다. 더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기 전에 이 섬을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3박4일 여행을 계획했다. 새벽같이(6시) 공항으로 출발하여 아침 8시반 비행기를 타고 바르셀로나 공항으로부터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팔마 공항에 도착했다. (첫날)여행의 반정도는 흐리거나 비가 내렸고, 나머지 반정도는 날씨가 좋았다. 도착한 날 아침에는 비가 내려서 렌트카를 수령하고 공항 근처 쇼핑몰로 가 비를 피했다. 마요르카 지역의 빵이라는 엔사이마다(Ensaimada)를 먹었는데, 라드를 넣는게 특징이라 한다. 첫 한입은 맛있었는데 먹다보니 조금 느끼했다. 여기서 먹고보니 바르셀로나에 돌아와서도 이 빵이 자주 보였다(스페인 전역에서 쉽게 보인다고 한다). 쇼핑몰에는 그다지 볼게 ..

스페인, 뭔가 다른 것. 다르다고 느끼는 것.

생각날 때마다 더해서 기록하기. 스페인에서 뭔가 다르고, 다르다고 느끼는 것들.1. 대중교통- 지하철을 타러 가면 다음 열차가 오기까지 남은 시간이 표시된다. next 05:30 이면 5분 30초 남은 것. 그러나 그 시간을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은 기다리는 시간이 초단위로 자꾸 늘어난다. 차라리 한국처럼 어느 역에 열차가 있다고 표시되는 게 덜 조급하고 좋다. -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아기들이 많다. 즉, 버스/지하철에 유모차를 가지고 타는 부모들이 많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많다. 바르셀로나 버스는 특정 시간대에는 만원인 경우가 많지만 유모차가 있다고 특별히 불편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부럽다.- 개도 그냥 버스나 지하철을 탄다. 목줄도 없이 타는 개도 많다. 좌석에도 그냥 앉는다. 좌석에..

living in Barcelona: 시체스 영화제(25.10.9.~19.)

지난 주부터 시체스(Sitges)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가 열렸다. 시체스는 바르셀로나에서 40분 거리에 있어 근교 여행지로 유명하다. 우리도 바르셀로나에 도착하고 일주일쯤 후 시체스로 당일치기 관광을 다녀왔었다. 8월 말,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을 하러 가는 듯 했고, 한 낮에는 휴양지의 북적거림이 있었다. 누드비치와 은퇴한 LGBT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고 한다. 경쟁작 위주로 9월 말 전쟁 같았던 티켓팅을 했다. 1. 어쩔 수가 없다(박찬욱 작) 2. 프랑켄슈타인(기예르모 델토로 작) 3. THE LIFE OF CHUCK(마이클 플래너건 작). 다 다른 날 상영이었다. 그 외 EXIT8 정도를 보고 싶었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쓰는 것 같아 참았다. 두 개는 오전 8시 15분, 하..

living in Barcelona: 집 구하기, 그리고 드디어 이사

에어비앤비 생활을 끝내고 드디어 이사를 했다. 그러고보니 올해만 벌써 4번째 집이다. 집을 구하고, 정리하고, 다시 집을 구하고, 정리하고, 또 집을 구하고 정리하고. 살면서 '주거'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한 적이 있었나 싶다.스페인으로 가기로/오기로 결정한 이후 나는 바로 스페인에서 집을 구하는 플랫폼인 이데알리스따(idealista)에 거의 매일 들어갔다. 유투브로 바르셀로나의 지역에 대한 공부를 한 후, 위험도와 학교와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후보지를 1.GRACIA 2. EIXAMPLE, 3.SANT-GERVASI 정도로 추렸다. 그 때가 3-4월쯤이었으니 꽤 많은 시간을 집 구하는데 투자한 셈이다. 바리따씨는 뭐 벌써부터 그러냐고 시간낭비라고 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같이 봐 주지 않는 바리따씨가 ..

바르셀로나 생활 (한달 차 - 이사를 앞두고)

어느덧 바르셀로나에 온지 한달이 지나 다른 아파트로의 이사를 앞두고 있다. 떠나기 전에 여기서 지내던 기분을 남겨두고 싶은 마음에 집과 동네에 대한 느낌을 조금 적어두려 한다.바르셀로나에 와서 첫 한달을 지낸 곳은 Alfons X 지하철역 근처이다. 처음 왔을 때는 걸어서 주요 명소를 가기는 좀 어려운 탓에 조금 외곽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여기 저기를 다니고, 러닝을 하면서 거리가 익숙해지면서 그런 생각은 없어졌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10분 정도면 갈 수 있고(갈때 기준이다, 올때는 오르막을 올라야해서 15분에서 20분 정도가 아닐까 싶다), 구엘 공원도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렇지만, 여행으로 온게 아니라 "뭐 굳이?" 라는 생각으로 구엘 공원도, 사그라다 파밀리아도 한번을 들어..

living in Barcelona: la Diada 까탈루냐 국경일

9월 11일. 오늘은 la Diada라고 불리는 까탈루냐 국경일이다. 이 날은 1714년 9월 11일, 스페인 펠리페 5세가 바르셀로나를 함락시켰을 때 항전했던 카탈루냐인들을 기념하고, 카탈루냐의 독립을 기원하는 날이라고 한다. 기념 행사와 행진, 공연 등이 열린다고 하여 3시쯤 집을 나섰다. 가는 길에 Fossar de les Moreres에 들렀다. 이 광장은 바르셀로나 포위 공격 이후 도시를 수호했던 병사들이 묻힌 묘지 위에 건설된 상징적인 장소라고 한다. 빨간 기념 조형물 아래 병사들을 추모하는 꽃들이 많이 놓여 있었고,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조형물 끝부분엔 그들을 기리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 있다. 오후 5시 14분부터 Pla de palau에서 행진이 시작될 거라고 했다. 왜 하필 14분? ..

living in Barcelona: 전망 즐기기

집을 구하기 전 우리가 잠시 머무르는 곳은 Gracia 지구에 있지만 정확히는 Horta-Guinardo 지역이다. 걸어서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까지는 15분, 구엘공원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아직 구엘공원은 안 가봤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구엘공원에 걸어서 가면 지금 집을 거쳐서 갈 수 있다. 그런데 점점 가파른 오르막길이라 내려가긴 쉬워도 올라오긴 쉽지 않다.어제는 지난 번 낮에 올랐던 Parc del Guinardo에 가서 야경을 봤다. 여기엔 바르셀로나 5대 야경 스팟으로 꼽히는 벙커가 있는데 해가 지는 시각에 벙커는 문을 닫는다. 그래도 벙커 근처까지 가서 야경을 볼 수 있다기에 저녁을 먹고 공원으로 등산(!)을 갔다.벙커를 찾는 사람들은 주로 관광객과 연인들이다. 바르셀로나 그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