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6개월 살기(25.8~26.2)

우리 동네 이야기: Vila de Gracia

바리차 2026. 1. 10. 07:42

바르셀로나에서 우리가 사는 곳은 빌라 데 그라시아(Vila de Gracia)이다. 스페인의 행정구역은 자치주-주-시-구-동네로 구분된다. 우리는 카탈루냐 자치주 중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그라시아 빌라데그라시아 동네에 산다고 보면 된다. 그라시아는 바르셀로나를 대각선으로 가르는 Diagonal 바로 윗쪽에 위치한다. 까사밀라, 까사바트요 등 관광명소가 많은 거리, Passeig de Gracia와 바로 연결되는 동네이다. 여기에 집을 구한 첫 번째 이유는 학교에 바로 가는 메트로 라인 정류장과 가까워서였다. 이사한 후 4달동안 학교에 10번도 채 가지 않았지만, 집을 구할 때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학교에 갈 줄 알았다. 학교와 상관없이 이 동네는 내 마음에 꼭 들었는데 서울의 연남동 같은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귀국할 때쯤 한국에 살게 되면 연남동에서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더랬다. 결과적으로 연남동에 사는 것 이상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그라시아는 카페, 소규모 상점, 바들이 밀집된 지역이다. 건물 1층은 대부분 상점인데, 우리 집 블럭만 봐도 카페, 레스토랑, 바, 악세서리 공방, 도자기 공방, 뜨개질 공방, 인테리어 업체 등등이 있다. 블럭당 대략 20개 정도의 상점은 있는 듯 한데 그 구성도 참 다양하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상점들이 차도로 나와 오픈마켓이 '축제처럼' 열리기도 하는데, 여기 이런 가게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볼 때마다 새롭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밖을 주로 다니는 시간은 오후 시간인데, 대부분의 상점이 2-4시에 시에스타를 겸한 점심시간 브레이크를 가지고, 셔터를 아예 내리고 있기 때문에 뭔지 모르고 지나칠 때가 태반이다. 저녁, 특히 밤이 되면, 바에는 사람들이 득실득실하다. 이 사람들이 다 어디서 왔나 신기할 정도로 모든 바들이 가득한데,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새벽 4-5시가 되어도 시끄럽다는 게 문제다. 바가 문을 닫는 새벽이 되면, 아직 헤어지는 게 아쉬운 청춘들은 삼삼오오 광장에 모여 수다를 떤다. 

집에서 한 블럭만 가면 그라시아의 중심인 광장(Plaça de la Vila de Gràcia)이 있다. 그 광장에는 그라시아 주민센터 같은 관공서가 있는데, 그것 때문인지 몰라도 많은 이벤트가 열린다. 광장에는 시계탑이 있다. 매일 아침 7시부터 자정까지 15분마다 종을 쳐서 집에 있으면 시계를 보지 않아도 시간을 알 수 있다. 광장에서 음악 소리, 북소리 같은 게 들리면 오늘은 뭐하나 하고 밖을 나가본다. correfoc(불꽃놀이), castellers(인간탑쌓기) 같은 카탈루냐 지방의 전통 행사가 열리기도 하고, 소수의 독립주의자들이 모여 북을 치며 집회를 하기도 한다. 평소에 광장은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맥주와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하교 시간이 되면 한 켠에서 시계탑을 골대 삼아 축구를 하는 아이들도 많다. 저 시계탑 언젠가는 축구 때문에 무너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Plaça de la Vila de Gràcia 의 시계탑
광장에서 카탈루냐 전통문화인 인간탑쌓기(castellers) 행사가 열렸다.

그러나 적어도 차 소음과 매연으로부터는 자유롭다. 바르셀로나에는 슈퍼블럭(Superblock)이라는 도시 계획 프로젝트가 있다. 바르셀로나 지도를 보면 네모 블럭의 형태로 건물들이 들어선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런 특성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 Eixample 지구다. 슈퍼블럭은 자동차 중심 도시를 사람 중심 도시로 전환하기 위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9개의 블럭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 생활권을 형성한다. 블럭 내부 도로는 보행자와 자전거, 거주자 차량만 제한적으로 통행을 허용하고, 다른 차량은 블럭 외부로만 통행이 가능하다. 대기 오염과 소음을 줄이고, 기존 도로를 공원이나 광장 공간으로 재구성해서 동네 공동체를 복원시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라시아도 슈퍼블럭 프로젝트의 실험 지구이다. **학교에서 마지막 세미나가 슈퍼블럭에 관한 것이었는데 슈퍼블럭의 의미는 변했다고 한다. 초기 보행자 중심의 구역 재구성에서 green access가 더 강조되는 개념으로. 

(슈퍼블럭에 대한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22759.html)

 

네모반듯한 바르셀로나 ‘슈퍼블록’ 도시의 비밀

▶ ‘스마트시티’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담는 도시를 변화시키겠단 이야기인데, 정작 시민들에겐 잘 와닿지 않는 말입니다. 때마침 지난 11월6일부터 24

www.hani.co.kr

우리 동네에서 내가 제일 자주 가는 곳은 faborit과 그라시아 도서관이다. 두 곳 모두 주로 논문을 쓰러 간다. faborit은 디지털노마드들이 자주 오는 곳인 듯 한데, 노트북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손님의 절반은 넘는다. 최근에는 집이 너무 추워서 몸을 녹일 겸 2-3시간 정도 나가있는데 Passeig de Gracia가 시작되는 지점에 위치해 있어서 사람 구경 하기도 참 좋다. faborit 옆에는 유명한 츄러스 가게와 타파스바가 있다. 늘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는데 그 중 특히 한국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것도 재미있다. 타파스 가게(la pepita)는 아직 가보진 않았는데 귀국 전에 한 번은 들를 생각이다. 스페인어를 좀 할 줄 알았다면, 술을 좀 더 잘 마셨다면 로컬이 많은 타파스 가게에 자주 다녔을텐데 타파스 문화를 충분히 즐기지 못한 건 아쉽다. 집 바로 앞 그라시아 도서관에 가는 길에는 sotaque cafe에 가서 카페콘레체를 자주 사 먹는데 맛이 꽤 괜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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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츄레리아와 la pepita

일주일에 두 번은 장을 보러 간다. Bon preu, Aldi, Mercadona 세 군데를 번갈아 다니는데 아쉽게도 모든 마트가 걸어서 10분은 걸리는 거리다. 그리 멀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장바구니가 무거워지면 돌아오는 길이 힘들다. 3주에 한 번 정도는 김치를 해 먹고 있는데 배추는 근처 야채가게에서 산다. 야채/과일가게는 대부분 이민자가 운영하는 듯 보인다. 광장 바로 옆에는 한국마트도 있다. 미국에 있는 한국마트보다 물건이 매우 부족하지만 그래도 필요한 한국 식품들을  제 때에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얼마 전에는 냉동 삼립호빵을 사 먹었는데 전자레인지에 돌려 한입 한입 먹을 때마다 소소하고 소중한 기쁨의 맛이 있었다. 한국마트 직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은 오는 내 얼굴을 기억할 법도 한데 그닥 단골취급을 해 주는 것 같진 않아 서운하다.  

이민자 비율이 비교적 높다는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은근히 이방인에게 배타적인 분위기도 있다. 예를 들면, 가끔 구글 식당 리뷰를 보면 직원이 카탈루냐어를 못 한다고 평점을 낮게 주는 사람들이 있다. 카탈루냐어로 말했는데 스페인어로 대답했다고 말이다. 여기서 장사하면서 기본도 안 됐다는 거지. 우리 집 옆 블록에는 여행자 출입금지를 붙여놓은 공간도 있다. 지나갈 때마다 혹시 해코지를 당하는 건 아닐까 빨리 걷곤 한다. 그렇지만 이 지역 대부분의 상점에서는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고, 특히 여자인 나는 바리따씨보다는 더 친절한 응대를 받는 듯 하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