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따씨 방 13

존경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또는 만나보고 싶은 사람

너는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니? 하고 물었을때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10년전쯤 면접장에서는 (거짓으로 준비했던) 정약용님입니다 하고 대답했었다. 왜냐는 질문에 "그냥 천재처럼 보이셔서요" 에 가까운 알맹이 없는 답변을 하고 왜 나는 진심으로 이야기할 사람이 없을까?하며 자괴감에 빠졌었다. 그렇다고 면접에서 저는 딱히 아직 없습니다 라고 솔직히 말하기도 어렵지 않은가. 마흔이 다되어가는 지금 이 질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존경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또는 만나보고 싶은 사람은 일반적으로 같은 사람이 아니겠지만, 대충 뭉뚱그려서 생각해본다. 첫번째로 생각나는 사람은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이다. 독서를 좋아하고 싶지만 내가 원하는 만큼 열렬히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 사람의 저작은 거의 다..

바리따씨 방 2019.05.27

첫 마라톤 후기

지난 칠월에 한국에 귀국한 후, 정착 하면서 팔월을 정신없이 보내고 한동안 또 운동을 멀리하게 됐다. 가만히 놔두면 운동을 안하고 퍼져있게 되는 나의 정상상태로 머지않아 돌아갈것임을 분명히 알기에, 그럴싸한 목표를 세워서 동기부여를 해보고자 했다. 작년 하프마라톤에 이어 올해 안에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 대회에 나가보기로.음... 그래도 준비하는 시간이 있어야 되잖아? 그렇지만 추운 겨울은 피하고 싶은데... 하는 번민을 하면서 주요 대회 일정을 보는데, 그래 이왕이면 거리를 아는 서울이지, 하면서 11월 초에 열리는 중앙서울마라톤 대회를 덥썩 신청했다. 그러니까, 한 세달을 두고 준비시작. 미국을 떠난 6월 부터 매달 달린 거리는 보잘것 없이 되어버려서, 기록은 생각하지 않고 완주를 목표로 했..

바리따씨 방 2017.11.08

눈이 온다

눈폭풍이 올거라고 며칠 전부터 떠들썩 하더니 정말 왔다.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하더니, 낮 세시가 되도록 멈추지 않고 오고 있다. 학교는 어제부터 휴강공고를 냈고 (아쉽게도 오늘만이다, 내가 수업하는 내일은 영향이 없을 것 같다!), 티비에서는 각종 기관들이 닫았음을 끊임없이 알려준다 (이런 작은 동네에 이렇게 뭐가 많았구나 하고 알게되는 순간).동부에만 벌써 팔년째 살다보니 겨울에 폭설은 새삼스럽진 않다. 아직도 신기한건, 그 효율적인 제설 시스템이다. 한국 동사무소를 생각하고 미국 관공서에 가면 일주일치 화가 쌓여서 돌아오는걸 생각했을 때, 이 신속 정확한 제설시스템은 어쩐지 어울리지가 않는 것이다. 눈이 그치자마자 어디선가 제설차가 도착해서 미리 세워둔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눈을 치우고, 주요 도로는..

바리따씨 방 2017.02.10

김혜리의 필름클럽

열심히 찾아듣던 김혜리의 수요재개봉관 및 FMzine (http://enjoydoc.tistory.com/16) 이 끝난지 어언 몇개월. 뉴스 및 시사 팟캐스트를 주로 들으며 팍팍한 팟캐스트 생활을 하던 중 김혜리 기자님이 팟캐스트 방송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사실은 방송을 함께하는 세분이 녹음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리고 싶었으나, 임수정 배우님의 개인 인스타그램에 있는 사진인지라 실례가 될 것 같아 링크 (https://www.instagram.com/p/BOXWed0gmZu/) 를 남기는 것으로 대신함) FMzine에서 함께하던 클로이최 최다은 PD님과, 성시경의 음악도시에서 임시 DJ를 할 때 호흡을 맞춘바 있는 임수정 배우님과 함께 영화를 주된 소재로 세 분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바리따씨 방 2017.01.11

한 언론인의 죽음

퇴근해서 저녁을 먹고 종종 PBS Newshour를 본다. 시간대가 마침 7시라 적당하고, 공영방송 특유의 절제된 톤으로 전달하는 이 뉴스는 마치 재료가 몇 개 안들어갔지만 기본에 충실한 샌드위치 같다. 아니면 감칠맛이 튀진 않지만 개운한 김치찌개 라던가. 어제는 유독 차분한 톤으로 시작하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공동으로 뉴스를 진행하는 저널리스트 Gwen Ifill (https://en.wikipedia.org/wiki/Gwen_Ifill)이 암으로 투병 중에 사망했다는 얘기로 방송을 시작한다. 함께 뉴스를 진행했던 Judy Woodruff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오늘 방송은 그녀를 추모하는 시간으로 보내겠다고 하며.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지만 꽤 오래 이 뉴스를 통해 얼굴을 봐왔고, 이번 미국..

바리따씨 방 2016.11.16

책상 위치를 바꾸고

최근에 뉴스 보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한국 정치 뉴스, 미국 대선에 관심을 갖고 따라가다보니 출퇴근 길에 팟캐스트도 정치, 집에 와서도 정치 뉴스, 뉴스 끝나면 관련 다큐멘터리 등등을 보면서 몇 주를 보내니, 오늘 문득 아 이것도 은근 중독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정신 건강에도 나쁘구나. 그래도 계속 귀기울이게 될 것 같다. 왠만한 문제를 푸는 것 보다 힘들었던 책상의 위치 변경에 성공했다. 1년을 넘게 같은 자리에 두고 사용하다보니 지겨워져서 나와 바리차씨 모두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노력했었는데, 한정된 공간에서 도저히 답이 안나오는 것이다. 수업이 없는 날인지라 점심을 먹고 이렇게 또 책상을 보는데, 오늘은 바리차씨가 먼저 시동을 걸었다 - 내것만이라도 이렇게 옮기겠다고. 나도 질 수 없지 싶어서 열심..

바리따씨 방 2016.11.11

첫 하프마라톤 후기

하프마라톤을 나가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http://enjoydoc.tistory.com/42) 신청을 한지 어언 한달, 레이스 날이 다가왔다. 8시에 시작하는 일정에 맞춰 6시쯤 일어나 바리차씨가 미리 싸준 김밥을 마구마구 먹었다. 이른 아침을 먹고 커피를 내려 챙긴 후, 레이스가 열리는 Hartford로 향했다.7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했는데, 이미 꽤 많은 사람이 와있었다. 올해 경주에 참여한 인원은 대략 마라톤 2000명, 하프마라톤 5000명, 5K가 2000명으로 총합 9000명 정도인 듯 하고, 가족들이나 동네 주민 등의 관중이 50000명 쯤 될 것으로 추산된다 (하트포드의 인구가 대략 12만명 정도이다). 아무튼 이 동네에서 본 인원 중 가장 많은 인원이었고, 베이스캠프인 Bushnell ..

바리따씨 방 2016.10.09

Serenata de Amor - Jaime R. Echavarria

미국 드라마 Narcos 시즌 2 막바지에 콜롬비아 (한때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가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에 이 곡이 나온다. (이 미드에 대해서는 해당 나무위키 페이지를 참조) 근래에 본 미드 중 The People v. O. J. Simpson: American Crime Story와 함께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느낀 작품이었고, 인상적인 시즌 엔딩이었다. 그러나, 역시 마약왕이 죽는다고 마약이 없어지진 않았고, 시즌 3을 기다려본다. Serenata de Amor - Jaime R. EchavarriaSe va llenando la noche con rumores de canción y se enreda en tu ventana mi serenata de amor. Las estrellas qued..

바리따씨 방 2016.09.29

하프마라톤을 나가자.

이제 여름도 가고, 달리기를 즐겁게 할 수 있는 계절이 왔다. 전기요금을 내다가 Hartford에서 10월 초에 마라톤을 하는 것을 보고 10분정도 심사숙고한 끝에 하프마라톤 종목을 처음으로 도전해보기로 생각했다. 완주가 일차 과제고, 이왕이면 엉망이지 않은 기록이면 좋겠다. 그 다음 달에는 작년에 간만보다가 놓쳐버린 Manchester Road Race가 있다. Eversource Harford Marathon Manchester Road Race 자, 운동하자. 위까지 적고 일주일이 지나고, 정말 오래간만에 10킬로미터를 뛰었다. 10년전 쯤에 대학원 연구실 교수님, 친구들과 같이 나이키 10k에 참가신청을 하고 뛰었는데 (교수님은 약속을 어기고 불참했다), 그때에 비해 기록이 십분정도 밀렸다. 참가..

바리따씨 방 2016.09.11

Planet Money (#723 The Risk Farmers)

현금이냐, 보험이냐 운동을 하다 자동으로 재생된 팟캐스트 Planet money의 최근 에피소드를 들었다. 경제에 관련된 한가지의 이야기에 대해 이십분정도 소개를 하는 미국 공영방송(npr) 의 팟캐스트인데, 재미있게 들어서 여기 소개해본다. (디테일은 약간 다를 수도 있다) 이야기는 이렇다. 가나의 농부들이 농장의 규모를 확장시켜 수익을 낼 생각보다는 영세하게 농사를 짓고, 어떤 이들은 부업을 한다고 한다 (가축들을 기른다던지). 규모를 키우면 분명 더 큰 이윤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데, 왜일까? 이에 대한 이유로 예일에 두 경제학자가 각자 가설을 제시한다. 농장을 확장시키는 데는 일정 규모의 돈이 드는데, 그만한 돈을 구할수가 없다. (Dean Karlan) 농사라는 사업은 위험이 많다. 예..

바리따씨 방 2016.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