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따씨 방

Planet Money (#723 The Risk Farmers)

바리따 2016. 9. 9. 13:48

현금이냐, 보험이냐

운동을 하다 자동으로 재생된 팟캐스트 Planet money의 최근 에피소드를 들었다. 경제에 관련된 한가지의 이야기에 대해 이십분정도 소개를 하는 미국 공영방송(npr) 의 팟캐스트인데, 재미있게 들어서 여기 소개해본다. (디테일은 약간 다를 수도 있다)

이야기는 이렇다. 가나의 농부들이 농장의 규모를 확장시켜 수익을 낼 생각보다는 영세하게 농사를 짓고, 어떤 이들은 부업을 한다고 한다 (가축들을 기른다던지). 규모를 키우면 분명 더 큰 이윤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데, 왜일까? 이에 대한 이유로 예일에 두 경제학자가 각자 가설을 제시한다.

  1. 농장을 확장시키는 데는 일정 규모의 돈이 드는데, 그만한 돈을 구할수가 없다. (Dean Karlan)
  2. 농사라는 사업은 위험이 많다. 예를들어 가뭄이 들거나 홍수가 나면 쫄쫄 굶어야된다. 조금 안전하게 가축을 키움으로써 그런 사고에 대비하는 것이다. (Christopher Udry)

자, 가설 1이 맞다면, 농부들에게 현금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졌을때 농장을 넓힐것이다. 가설 2가 맞다면, 농사가 망할 때에 한해 보조를 받는 제도가 있다면 가축을 치는 대신에 농장을 넓힐것이다. 과연 누가 맞고 누가 틀린가?! - 자웅을 가려보기 위해 개발경제학에서 흔히 사용하는 Randomized Controlled Experiment를 해보기로 한다. 실험 방법은 이렇다: 무작위로 농부들을 선정해서 현금을 주거나 (실험 1), 농사가 망할 때에 한해 보조를 주거나 - 일종의 보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실험 2) 함으로써 농부들의 농사 규모를 넓히는지 보는 것이다.

1번은 심플하다. 그냥 돈을 준다, 조건없이.

2번은 단순하지가 않다. 첫째로, 농사가 망할 때 보조금을 준다면 농부들이 일을 대충대충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경제학 교과서에 실릴만한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 상황).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사가 망하면 보조를 해주는게 아니고 비가 너무 적게와서 가뭄이 들면 보조를 해주기로 한다. 농부가 비가 오게 하거나 못오게 할 수 없으니, 문제 해결.

그런데 그게 아니다. 이들에게는 보험의 개념이 생소하다. 하늘을 쳐다보면서 가뭄이 들기만 기다릴 태세다. 농부들은 이 실험을 운영하는 이에게 우리와 도박을 하는거냐고 묻는다.

차트와 이론을 열심히 설명하며 보험을 설명하던 담당자는, 이런것들을 다 집어치우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몇년전에 가뭄이 들어 식구들이 힘겨웠던 사실을 기억하냐고. 이 보험이 있었다면 그렇게 힘겹지 않게 그 시기를 겪어낼 수 있었지 않겠냐고. 자식이 아프게 되면 보험료를 받게 되지만 (가나에 건강보험은 존재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식이 아프길 바라는 부모가 있느냐고. 이렇게 설명을 거듭하고 홍보 드라마까지 보여준 끝에 사람들에게 취지를 온전히 전달했다고 생각했다고 믿고, 이 보험 계약에 참여할 사람들의 신청을 받는다. 역시 당연한게 당연한게 아니다.

다른 문제가 또 있다. 너무 신청자가 많아진 탓에, 정말 가뭄이 극심할 경우 줄 돈이 너무 커져버린 것이다. 연구비를 훨씬 초과하게 되었다. 이에 예일대학의 높은 분을 찾아가 사정을 한다. 연구를 위한거니까 혹시 그런일이 생기면 커버 좀 쳐달라고. 높은 분은 오케이 라고 시원하게 수락한다 - 물론 그럴리가 없다. 해주기는 하겠지만 혹시 그런 일이 생기면 앞으로 받을 연구비에서 차감하기로 한다. 후덜덜. 이 부분에서 팟캐스트 진행자들이 박장대소 한다, 도박하는 사람이 대체 누구라고? ㅎㅎ

자 그래서 결과가 뭐냐. 두 실험에 참여한 농부 그룹들 모두 농사 규모를 확장시키고 더 큰 이윤을 얻었다고 한다. 두 가설 모두 말이되니 하나만 맞으리라는 법은 없다. 흥미로운점은, 두번째 실험의 영향이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었다는 점이다. 다행히도 보험금을 실제로는 거의 지급하지 않아도 되었다고 하고, 농사 규모도 상당히 늘었다고 한다. 이런 결과를 보며 이 나라에 농사 보험(?)이라는 거래가 잘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인 정책 방향이 아니겠는가 하는 짐짓 조심스러운 결론으로 끝을 맺는다.

이렇게 금융 시스템의 부재가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의 발목을 붙잡는다는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것은 아니다. 분명한 실증적 증거를 나타내는 두 가지 실험을 대조해가며 세미나가 아닌 팟캐스트에서 유쾌한 톤으로 들으니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팟캐스트 링크는 여기

p.s: 짧은 팟캐스트다보니 디테일한 부분은 넘어갔지만, 당연하게도 사후적으로 들어간 비용을 비교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만약 가뭄이 들어서 보험금을 엄청나게 지급해야 했다면 비용이 엄청나게 들었겠지? 보험을 지급하기 위한 비용은 사전적으로 계산해서 산정해야 한다.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덧붙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