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메뉴 9

홈메이드 케익

미국의 베이커리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는 - 다양한 이유를 매번 설명해주지만 빵에 대한 문외한인 내가 기억하는 것은 결국 X,Y,Z 등등의 이유로 맛이 없다는 것인데, X,Y,Z는 물론 기억하지 못한다 - 바리차씨는 몇년 전부터 간헐적으로 집에서 케익을 만든다. 어쩌면 그 시작은 나의 터무니없는 부탁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빵에 대한 문외한이지만 나 역시 입이 있는지라 미국 케익보다는 한국 케익이 좋다는 정도의 선호는 있기 때문에, 한국에 있었다면 그냥 흔해빠진 (+ 가격이 비싼, + 동네 빵집을 망하게 하여 빵의 다양성을 해한다고 욕해 마지않는) 빠리x 뚜레x 의 케익이 생일이랍시고 생각날 때가 있다, 2012년도 내 생일도 그랬었나보다. 그럴 때는 4시간의 거리를 (펜실베니아 중부로 부터) 달려 뉴저..

오늘의 메뉴 2016.12.27

중식 돼지고기가지덮밥 with cilantro

바리따씨가 좋아하는 요리는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연애시절, 한 두달에 한 번 날 보러 올 때 뭐 먹고 싶냐, 만들어 놓겠다고 하면 꼭 한 가지를 말하는 법이 없었다. 스끼야끼, 갈비찜, 떡볶이, 불고기 전골 등등 꼭 서너개를 말해 오는 그 날은 하루종일 장보고 부엌 일을 해야 했다. 6시간 운전해 오는 님에게 그깟 한 상 차리는 게 대수랴 싶었지만, 맘 한 구석으로는 이 사람은 참 신기하다 싶었다. 먹고 싶은 건 어쩜 그리 많으며 그걸 말할 때 어떻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즉각적이며 분명할까. 나라면 글쎄... 아무거나. 혹은 한식? 정도로 두루뭉술하게 대답했을텐데 말이다. 연애기간이 좀 지나, 내가 불평부리듯 "왜 꼭 세 개 이상 얘기해?" 라고 물었을 때, 그는 "아니, 얘기한 것 중에 ..

오늘의 메뉴 2016.12.24

명란 파스타

냉장고에 특별한 재료가 없어 고민하던 바리따씨에게 명란젓 스파게티를 부탁했다. 김장김치와 함께 물 건너 온 명란젓 (어머님 감사합니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는 개불처럼 징그러워서 먹을 생각도 안 했는데, 알고 보니 그건 덩어리로 먹는 게 아니었네 -.-;; 바리따씨가 요리하는 동안 나는 부엌 출입이 금지된다. "이건 왜 이렇게 해?" "이거 다 쓴 거야? 썼으면 넣어야지" "쓸 거야 말 거야?" 로 시작되는 참견이 싫다면서 언제부턴가 바리따씨의 요리시간에는 "당신은 무조건 쉬십시오" 타임이 적용되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으면, 자기가 100% 요리한 게 아니니 인정받기(더 정확하게는 생색내기) 어렵다나. 어제는 혼자 해 봐야 늘지 않겠느냐는 말에 은근 감동/대견 모드. 요지는 그래..

오늘의 메뉴 2016.12.24

앤초비 오일 스파게티

바리따씨는 파스타 요리에 소질이 있다. 요리에 선천적인 감각을 타고 난 것은 아니지만, 파스타를 탐구하는 자세로만 본다면 파스타 요리사로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요즘은 레스토랑에서 맛 보는 그 어떤 파스타보다 바리따씨의 요리가 맛있다. Netflix에 저장되어 있는 바리따씨의 list엔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절반을 차지한다. 심지어 그는 이런 책도 사서 본다. 게다가 백과사전 두께 크리스마스 선물로 앤소니 브루댕(Anthony Bourdain)의 신간 Appetites: A cookbook 도 사 달란다. 바리따씨는 인생에서 잘~ 먹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파스타가 그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참 잘된 일이다. 얼마나 잘~ 만들려고 노력할 것인가!얼추 열 가지 종류의 파..

오늘의 메뉴 2016.12.21

바리차의 Special Valentine's Day

한국을 다녀온 후 생활의 변화가 있다면 식탁을 잘 차리는 것이다. 열흘 정도 시어머님의 부엌보조를 하면서 눈으로 배운 게 있다면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요란하지 않아야 하고, 담아냄에 있어서 과함도 부족함도 없는 적정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식탁에서는 정갈함이 느껴진다. 집에 돌아와서 식탁의 변화를 위해 두 가지를 했다. 음식을 만드는 것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담아냄에 차이가 생겼다. 첫째. 메인요리를 과하게 담지 않기: 우리 (특히 나)는 한식요리를 즐겨먹는데, 미국에서 한국식 차림 (적어도 5첩 이상) 을 하고 먹기엔 재료가 턱없이 부족하다. 메인요리 하나를 해 놓고, 큰 접시가 가득 차게 담아 밥. 샐러드. 김치와 먹는데, 메인요리의 양이 3인분은 족히 되었다. 바리따씨는 담긴 대로..

오늘의 메뉴 2016.02.16

2016년 발렌타인 데이

오늘의 메뉴 신선한 채소와 제철 과일을 곁들인 구운 관자 샐러드쇠고기로 속을 채운 이탈리아 고추와 치즈로 속을 채운 가지 구이줄기콩과 연어를 구워 곁들인 한국식 새우크림파스타생딸기를 얹은 바닐라빈 아이스크림 정체를 알 수 없이 유명한 날인 발렌타인 데이가 돌아올 때마다 우리 부부는 (정확히는 내가) 어떻게 보낼지 고민을 한다. 이 때다 싶어 빵빵 때려대는 광고에 지고 싶지는 않지만, SNS나 인터넷에서 특별한 하루를 보낸듯한 사람들을 보고 특별한 하루를 허투루 보낸 불성실한 남편이 되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부부가 함께 앉아 한차례 고민을 한 후에, 외식을 하는 대신 집에서 코스요리를 재현하기로 결정하고, 영하 이십도에 (원래 미동부의 겨울이 좀 지긋지긋한 감이 있지만, 이건 유별난 추위다) 육박하는 ..

오늘의 메뉴 201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