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메뉴

중식 돼지고기가지덮밥 with cilantro

바리차 2016. 12. 24. 06:30

바리따씨가 좋아하는 요리는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연애시절, 한 두달에 한 번 날 보러 올 때 뭐 먹고 싶냐, 만들어 놓겠다고 하면 꼭 한 가지를 말하는 법이 없었다. 스끼야끼, 갈비찜, 떡볶이, 불고기 전골 등등 꼭 서너개를 말해 오는 그 날은 하루종일 장보고 부엌 일을 해야 했다. 6시간 운전해 오는 님에게 그깟 한 상 차리는 게 대수랴 싶었지만, 맘 한 구석으로는 이 사람은 참 신기하다 싶었다. 먹고 싶은 건 어쩜 그리 많으며 그걸 말할 때 어떻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즉각적이며 분명할까. 나라면 글쎄... 아무거나. 혹은 한식? 정도로 두루뭉술하게 대답했을텐데 말이다. 연애기간이 좀 지나, 내가 불평부리듯 "왜 꼭 세 개 이상 얘기해?" 라고 물었을 때, 그는 "아니, 얘기한 것 중에 하나만 하면 되잖아. 다 할 필요는 없어" 라고 대답했다. 그래도 정 없이 어떻게 하나만 하나.

주변의 남자들과 비교해 보건대, 먹는 것에 대한 그의 열의는 [성차별적 발언이라 조심스럽지만 남자치고는] 뜨겁고 섬세한 편이다. 미국에 살면서 분명해진 것은 어딜 가면 생선이나 해산물 요리를 일순위로 찾는다는 것인데, 한국에서만큼 신선한 바다재료 요리를 자주 접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동부연안에 비교적 가까이 사는 지금도 그런데, 내륙 펜실베이니아에 살 때는 어떠했겠는가! 그래서 어쩌다 외식을 할 때면 꼭 "오늘의 생선"이나 그 비슷한 것을 먼저 찾는다. 두 번째 선호는 내 보기엔 멕시칸 요리다. 열 번의 외식 중 여섯 번은 "멕시칸?" 하면서 검지 손가락을 든다. 그러니까 생선이 들어간 멕시칸 요리는 절대 그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예컨대, 피쉬 타코 같은 거 말이다. 게다가 멕시칸은 맥주 한잔 걸치면서 안주로 삼기에 좋아서, 지인들을 만날 때면 그는 먼저 멕시칸을 제안한다. 멕시칸 하면 치폴레(Chipotle) 의 브리또에 더 익숙한 남자지인들은 처음엔 그래! 했다가 손바닥만한 타코피스 몇 개를 마주할 때면 난감한 표정을 짓곤 한다. 멕시칸 요리에서 실란트로 (고수)는 빠지지 않는 재료인데, 한국인들에겐 워낙 호불호가 뛰어난 거라, 몇몇은 주춤주춤... 예의상 먹긴 하지만, 그리 만족스런 표정은 아니다.

그렇다. 바리따씨는 또 실란트로 빠돌이다. 언제부턴가 내가 요리에 실란트로를 넣으면 그는 "오늘 요리 좀 고급진데~" 라며 칭찬을 했다. 특히 아보카도와 실란트로, 양파가 함께 들어간 샌드위치를 도시락으로 싸 주면 아주 좋아한다. 사실 수업 직전에 허겁지겁 먹는 샌드위치라 뭐가 들어간지도 모르고 그냥 입에 집어넣기만 할텐데, 퇴근 후 맛이 어땠냐 오늘 실란트로 많이 넣었는데 그러면 "아~~~ 어쩐지 오늘 특별히 더 맛있더라" 라며 싱글벙글 웃는다. 그러나 실란트로는 재료로 사기엔 좀 골칫거리다. 사 놓으면 비교적 빨리 물러버려서 거의 쓰지도 못했는데 버리곤 한다. 사실 그건 내가 실란트로를 별로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유학 후 3년 정도는 쌀국수를 먹을 때도 "without cilantro" 를 부탁했고, 과카몰리나 타코를 먹을 때도 굳이 실란트로는 걷어낸 후 입에 댔다. 내가 먹는 요리엔 전혀 실란트로를 넣지 않으니 양이 빨리 줄리가 없다. 결국 버리는 게 아까워서 바리따씨가 먹는 요리에 넣는 실란트로 양을 조금씩 늘렸다. 처음엔 다져서 샐러드에 허브처럼 뿌리다가, 나중엔 반미처럼 아무 종류의 샌드위치에 줄기채로 듬뿍 넣고, 오이피클에 파 대신 넣기도 했으며 (이건 멕시칸 식당에서 배운 거), 결국 덮밥류에도 깻잎처럼 그냥 얹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바리따씨의 접시에(만) 실란트로를 뿌리다 아 이건 사진으로 남겨둬야지 싶어서 한 컷을 찍었다.

오늘의 메뉴는 중식 돼지고기가지덮밥 with cilantro     

재료: 대충~ 다진 파 (2), 다진 마늘(1), 고추기름(3), 굴소스 (1), 간장 (1), 두반장 (2), 간 돼지고기 (네 줌), 가지 (3컵), 호박 (1컵), 후추, 실란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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