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메뉴

홈메이드 케익

바리따 2016. 12. 27. 06:57

미국의 베이커리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는 - 다양한 이유를 매번 설명해주지만 빵에 대한 문외한인 내가 기억하는 것은 결국 X,Y,Z 등등의 이유로 맛이 없다는 것인데, X,Y,Z는 물론 기억하지 못한다 - 바리차씨는 몇년 전부터 간헐적으로 집에서 케익을 만든다. 어쩌면 그 시작은 나의 터무니없는 부탁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빵에 대한 문외한이지만 나 역시 입이 있는지라 미국 케익보다는 한국 케익이 좋다는 정도의 선호는 있기 때문에, 한국에 있었다면 그냥 흔해빠진 (+ 가격이 비싼, + 동네 빵집을 망하게 하여 빵의 다양성을 해한다고 욕해 마지않는) 빠리x 뚜레x 의 케익이 생일이랍시고 생각날 때가 있다, 2012년도 내 생일도 그랬었나보다. 그럴 때는 4시간의 거리를 (펜실베니아 중부로 부터) 달려 뉴저지를 가거나, 손재주가 좋은 바리차씨에게 부탁하는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맛있는 케익을 먹는 방법이었다. 멀리 가기는 싫고, 여자친구가 (당시로서는) 만들어준 케익을 먹으면 좋겠다 싶어 얘기했다, 생일인데 뭐가 먹고 싶어? 하고 묻는 그녀에게.

응, 나 고구마 케익 먹고 싶은데

한다면 하는 그녀는 손 많이 가는걸 얘기한다고 투덜투덜하면서 맹렬히 레시피를 검색한다. 음 역시 믿음직스럽다. 케익을 만드는 과정이나 그 수고에 대해 10초도 생각해보지 않은 나는 무슨 일이 생길지 전혀 감이 없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것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수 시간이 지나고, 옆에서 잔일을 거들고 난 후, 이렇게 생긴 케익을 얻는다.

고구마 케익 (2012.7)

몇년 전인데도 초의 갯수가 너무 많다.


그 수고는 뒤로하고 (물론 나의 수고가 아니고 그녀의 수고다),  맛있게 냠냠 먹는다. 이 사례에서 언행은 역시 신중해야 하는구나, 케익 만들어 달라고 하는것은 가벼이 말할것이 아니다라는 교훈을 얻는다. 그러나 우매한 나는 또 매번 그렇듯 교훈을 또 잊고, 치즈 케익은 괜찮겠지 하고 그 다음 해에 치즈 케익을 부탁한다. 한결 수월해보였지만, 역시 보통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또 냠냠.  

치즈 케익 팩토리를 벤치마킹한 치즈케익

그 이후 케익에 대한 갈구가 그 수고에 대한 귀찮음을 이기게 되는 아주 가끔있는 바람직한 날에, 바리차씨는 자진해서 케익을 만들게 된다. 내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를테면 생크림을 내는 정도. 옆에서 어정쩡하게 기웃기웃하며 뭐 도와줄까? 를 열번정도 말하면서 생색을 내고, 케익 만드는 과정의 약 70% 정도가 지나간다 싶을때 기계를 이용해 생크림을 낸 후, 차를 끓여내 무임승차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바리차씨가 만든 케익을 같이 맛있게 먹는다. 빠리x나 뚜레x, 한국에 있을 무수한 케익 가게에 훌륭한 케익들이 많겠지만, 난 이걸로 됐다. 난 빵 문외한이지만, 홀푸드에서 파는 케익 보다 홈메이드 생크림 케익이 더 맛있는것 같다. 덕분에 사이클을 30분 더 타야하는건 기쁘게 감수하도록 한다.

대략 두번째로 만든 생크림 케익 (2015.12)

남은 것으로 만든 스몰 케익 (2015.12)

장인의 손길

올해의 생크림 케익 (2016.12)

생크림이 듬뿍 들어갔다.

다 쓰고나서 보니, 그녀가 케익을 만든건 생일이거나 연말인것 같다 (아, 논문도 알아서 쓰는게 아니고 쓰면서 알게 된다더니). 내년 생일에는 무슨 케익을 만들어달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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