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메뉴

바리차의 Special Valentine's Day

바리차 2016. 2. 16. 10:58


한국을 다녀온 후 생활의 변화가 있다면 식탁을 잘 차리는 것이다. 열흘 정도 시어머님의 부엌보조를 하면서 눈으로 배운 게 있다면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요란하지 않아야 하고, 담아냄에 있어서 과함도 부족함도 없는 적정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식탁에서는 정갈함이 느껴진다.

집에 돌아와서 식탁의 변화를 위해 두 가지를 했다. 음식을 만드는 것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담아냄에 차이가 생겼다.

첫째. 메인요리를 과하게 담지 않기: 우리 (특히 나)는 한식요리를 즐겨먹는데, 미국에서 한국식 차림 (적어도 5첩 이상) 을 하고 먹기엔 재료가 턱없이 부족하다. 메인요리 하나를 해 놓고, 큰 접시가 가득 차게 담아 밥. 샐러드. 김치와 먹는데, 메인요리의 양이 3인분은 족히 되었다. 바리따씨는 담긴 대로 먹는 습관이 있어 늘 다 먹고 나면 배가 찢어질 정도였다. 그 속도를 따라간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많이 해도 1.5인분을 담았다. 부족하면 조금 더 담아먹으면 된다.

둘째. 반찬은 반드시 따로 담아 먹기: 설거지가 귀찮아 락앤락에 담긴 반찬을 그대로 꺼내 놓고 먹는 경우가 많았다. 비위생적이고, 도둑밥을 먹는 기분이다. 양 조절도 잘 되지 않는다. 큰 젓가락질로 두 번 정도 각개의 반찬을 다른 찬기에 담았다. 물론 그 정도의 '적당한' 찬기가 있을리 없어, 장아찌류는 생선 놓는 접시나 큰 접시에 두 세개 모아 담는다.

한국에서 생각한 정갈함은 직접 실현시켜 놓고 보니 식탁의 balance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원래 5대 영양소야 끼니 때마다 하나도 빠지지 않고 올려야 하는 (바리따씨의 주장이다) 의무감이 있었지만, 양과 질, 특히 양의 balance는 담아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후에야 조금씩 맞춰지고 있는 듯 하다.

그러다보니. 문제는 식기였다. 90%는 한식을 먹는 우리 식습관에 맞추려면, 한식기를 사야하는데 홈굿즈, 마샬, 메이시스를 몇 번을 가도 살만한 게 없었다. 물론 유학생의 소비 가능한 범위+편리성을 위한 선택지들이라 한계가 많았지만...왜 우리는 득템을 하지 못하는가! 때로 어메이징한 가격에 유명식기들이 숨겨져 있기도 한다는데 말이다. 양식기와 한식기. 손가락 한 마디만한 깊이와 너비의 차이가 매우 크다. 몇 달 전에는 '적당한' 찻잔을 못 찾아 족히 10번은 헛걸음을 했었다. 식기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발렌타인데이 글에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늫어 놓는 이유는. 올해 발렌타인데이가 내게 특별했던 몇 가지 이유 중 하나가 '담아냄' (더 넓게로는 '차림')이었기 때문이다. "분위기 잡고, 그럴 듯 하게 요리해서 잘 먹었소" 한 마디로 정리되는 이 날을- 조금 더 의미있게 '담아낼' 노력을 '쓰기'에 적용하고 싶기도 했다.

이 차림의 특별함을 위해 한 일들은 아마도 바리따씨의 글에.

부족하지만 정갈하고 즐거운 발렌타인데이 디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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