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6개월 살기(25.8~26.2)

바르셀로나 생활 (한달 차 - 이사를 앞두고)

바리따 2025. 9. 16. 07:38

어느덧 바르셀로나에 온지 한달이 지나 다른 아파트로의 이사를 앞두고 있다. 떠나기 전에 여기서 지내던 기분을 남겨두고 싶은 마음에 집과 동네에 대한 느낌을 조금 적어두려 한다.

바르셀로나에 와서 첫 한달을 지낸 곳은 Alfons X 지하철역 근처이다. 처음 왔을 때는 걸어서 주요 명소를 가기는 좀 어려운 탓에 조금 외곽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여기 저기를 다니고, 러닝을 하면서 거리가 익숙해지면서 그런 생각은 없어졌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10분 정도면 갈 수 있고(갈때 기준이다, 올때는 오르막을 올라야해서 15분에서 20분 정도가 아닐까 싶다), 구엘 공원도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렇지만, 여행으로 온게 아니라 "뭐 굳이?" 라는 생각으로 구엘 공원도, 사그라다 파밀리아도 한번을 들어가지 않았다(지나치면서 외관 구경, 그곳을 바라보는 사람들 구경을 많이 했다). 

옥상에는 테라스가 있는 2층 건물(스페인 기준으로 0-1-2층)의 1층 두번째 집이었는데, 주방, 침실, 거실, 식사를 위한 방(?)이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꽤나 큰것 같지만, 사실은 각 공간이 상당히 작아서 아마도 10평대가 아닐까 싶다. 주방에서 둘이 같이 식사를 준비하거나 설겆이를 하면 몸을 움직일때마다 걸렸고, 요가 매트를 깔고 스트레칭이나 간단한 운동을 할라치면 뭔가가 걸리적거려서 잠시 치워둬야하는 그런 크기였다. 오래된 유럽건물 답게 계단이 비좁아서 항상 긴장하고 오르거나 내려갔다(당연히 엘리베이터는 없다). 처음에 왔을때는 그렇게도 불편했다. 좁고, 작은 개미들도 자주 출몰하고, 요리도 설겆이도 편하게 하기가 어렵고, 티비를 볼 때 앉는 의자는 너무 불편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구나 하고 느낀것이, 2주일 정도가 지나니까 그렇게 불편하지가 않았다(티비 의자는 여전히 불편하다). 이것보단 좀 더 넓으면 좋겠다, 싶기는 하지만 지금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공간이 작으니까 청소도 금방 끝나고, 해야하는 집안일이 좀 더 깔끔하게 정리된 것 같은 기분이다(마치 미니멀리스트가 된 기분).

처음에는 당연히 몰랐지만, 살다보니 동네의 분위기도 눈에 들어온다. 주요 명소들이랑 약간 거리가 있다 보니, 여행객이 많지 않은 것은 물론이요, 스페인 사람이 아니면서 체류 중인 우리같은 외국인은 쉽게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동양인이 거리를 오가는 것을 좀 신기하게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뭘 사기위해 상점에 들어가면 (어쩌면 당연하게도)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로(아니, 심지어 카탈루니아어인 경우가 많다) 이야기를 한다. 관광객이 많은 구역에 갔을 때 먼저 영어로 말을 건내는 것과 비교가 된다. 그리고, 이 동네에는 노인들이 많이 거주한다고 한다. 아침 산책을 위해 동네를 좀 걷고 있으면, 노인분들이 아침부터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 앉아 커피나 음료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침 10시정도인데도 맥주를 마시고 있는 사람도 심심찮게 봤다. Joanic역까지 이어지는 대각선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서 활기찬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어디에나 있지만 특히 장사가 잘 되는것 같은 365나 Vivari 카페가 아침 9시부터 북적거리는 것을 보면서 동네 사람들 구경을 했다. 그냥 동네 식당같은 느낌(딱히 맛집이라기 보다는 그냥 동네 사람들이 밥먹으러 오는)의 레스토랑이나 타파스 집도 꽤 있었는데, 많이 가보지 못해서 좀 아쉽다. 장을 보기 위해서는 도보 5분 정도 거리의 Mercadona와 Aldi를 주로 다녔고, 특히 Aldi는 즐겨갔던(그리고 앞으로도 갈 것 같은) 공공도서관에서 돌아오는 동선에 있어 편리했다.

운동과 산책을 위해 Parc del Guinardo를 자주 다녔다. 전망을 볼 수 있는 벙커(Bunkers del Carmel)와 붙어있는 공원인데, 공원까지 가는 길도 엄청난 오르막이고, 공원 자체에도 오르막 내리막이 많다. 이곳의 공원은 우리나라의 공원에 비해 더 자연스럽다. 산에 흙길이 좀 나있고, 간간히 의자가 있는 정도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아마 안전을 위한 난간도 많고, 아스팔트 도로와 계단이 많았을법한 지형에 있다(난 우리나라의 산이나 공원의 이런 부분에 불만이 많다). 실컷 공원에 올라서 도시의 전망을 자주 감상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나 글로리 타워, 바르셀로나의 해안선을 큰 감흥이 안느껴질질때까지 여러번 봤다. 아침에도 가고, 저녁에도 갔다. 달리기 업힐 연습도 해볼까 했는데, 도저히 이 경사로는 무리구나 하고 깨끗히 접었다. 주민들은 그렇게들 개를 데리고 나온다. 아마 개를 데리고 온 사람과 아닌 사람을 보면, 전자의 비율이 더 높지 않을까 하고 생각이 들 정도다. 강아지가 아니고 개라고 하는 이유는, 정말 큰 개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그중 상당 수는 개의 목줄도 풀고 산책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련이 잘되어 있는지, 개들이 잘 짖지도 않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신기했다. 다만, 개의 대변을 처리하지 않는 견주의 비율도 적지 않다. 매너를 좀 지켜주시기를.

Parc Del Camel의 언덕에서 보이는 Bunker의 모습
밤에 갔던 Bunker 주변(Bunker는 출입금지된 시간)

집에서 나와서 코너를 돌아 잠시만 올라가면 큰길이 나오는데, 큰 길에서 보이는 야자수들이 마음에 들었다. 날이 좋은 날에 도로 한가운데 있는 야자수를 보고 있노라면, 이곳에 온지 한달여가 지난 지금도 생소하고 신기하다. 이사하게 되는 동네는 서울로 치면 연남동 같은 느낌이다(사실 진짜 연남동 느낌이라기 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에 가깝다, 작은 구역 단위에 젊은이들이 많은 그런 느낌). 좀 더 본격적인 바르셀로나 생활에 접어들게 되고, 새로운 분위기가 기대가 된다. 그렇지만 좀 더 이 도시에 오래 살았을 것 같은 사람들과, 그들의 거주지 색깔이 더 짙게 남아있는 것 같은 그냥 "동네" 같은 이 곳의 분위기도 종종 생각날 것 같다.

도로 한가운데 있는 야자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