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차씨 방

코로나19 자가격리 5일차

바리차 2022. 4. 24. 11:23

#1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증상은 지난 주말부터 있었으나 자가키트가 4번 연속 음성이 나왔다. 5일째 되는 날 수요일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니  1분 만에 양성 반응이 나왔다. 26일 자정까지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2

1년 전쯤 쓴 글에 이런 내용이 있다.

이사해서 하려고 했지만 하지 않을 것에 관한 글이었다. 베란다에서 토마토 기르기, 베란다에 유럽 집처럼 빨간 꽃 화분 걸어놓기 같은 사소한 것들. 블로그 이름에 걸맞게 말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내용을 올리려고 1년 만에 블로그에 들어왔다.  작년 이사를 할 때는 여름이 가까워져서 차마 하지 못했던 것을 올해는 했다.

'베란다에서 토마토 기르기'. 식목일에 베란다에 토마토와 고수를 심었다. 어쩌다보니 자가격리기간에 첫 토마토 열매를 맺었다. 자가격리는 화장실이 있는 침대방에서 하고 있는데, 베란다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답답한 마음은 베란다에서 달랜다. 캠핑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아서, 토마토 자라는 것을 보고, 커피를 마시고, 책도 읽는다. 토마토 줄기는 하루에 엄지손가락 한 마디만큼씩 자라고 있는 것 같다. 

자가격리기간 허락된 유일한 야외공간
첫 토마토 열매다

#3 

마침, 지난 금요일에는 웨이팅리스트에 걸어놨던 미술학원에서 자리가 났다고 연락이 왔다. 5월부터 (허락해 준다면) 유화를 배울 것이다. 토요일에 바리따씨한테 부탁해 다이소에서 아크릴화구세트를 사 달라고 했다. 유화 배운다면서 아크릴화? 아크릴이 초보자한테 더 쉽다고 하길래. Youtube 선생님을 따라 유화그리기를 위한 아크릴화 예습을 했다. 손바닥만한 캔버스에. 처음에는 풍경화 배경을 그리다가 도저히 취향이 아니라 어디서 본 듯한 형상화가 되었다. 연습용이니 또 다른 그림으로 덮어질 수 있다. 

다이소 만원 어치 아크릴 화구용품으로 그린 첫 그림

#4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자가격리는 병가 처리된다. 그렇다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주중에는 쉴 마음이 들지 않는다. 하루에 줌회의가 1-2개씩은 있다. 다음 주에 보내야 할 연구계획서, 조사표 초안, 해외사례 검토... 생각을 하면 쉴 수가 없다. 원래 침대방에는 침대 말고는 없었다. 일을 해야 하니 임시용으로 하나씩 하나씩 짐을 들여놓았다. 그러다가 문득 필요한 게 생각나서 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바리따씨한테 문자를 했다. 

차: 혹시 또 나갈 일 있으면 하나만 더 부탁할게
따: 뭔데요
치: 꽃이 필요해. 삭막해 여기 ㅋㅋ

그렇게 침대방에는 꽃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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