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작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평소라면 오로지 장을 보러 뉴욕/뉴저지까지 가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라 싫어하는데, 몇 주 전 보았던 플러싱 한양마트 앞의 모종들이 어찌나 눈 앞에서 아른아른 & 깐쪽깐쪽 거리는지... 결국 공부가 잘 안 된다는 핑계를 대고- 바리따씨를 기사 삼아 어제 뉴욕에 다녀왔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작업 시작!
준비완료. 텃밭이 없어 화분에 모종을 옮겨 심으려다 보니 생각보다 준비할 게 많았다. 적어도 30cm 깊이 이상의 화분을 구하려고 했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 발생! 밤 9시가 넘은 시각- Christmas Tree shop, Home Depot, Big Lots 등을 전전하다 결국 Dollar Tree shop에서 얼추 무리는 없어보이는 크기로 득템. 농사는 규모의 경제라는 것을 실감했던 순간이었다. 흙 고르는 것도 초보자에겐 곤욕. 간단히 설명하자면, Potting mix와 Potting soil 두 가지 종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우리처럼 container에 모종을 심는 경우 mix를 사야 한단다. Potting mix는 soil보다 좀 더 큰 입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작은 컨테이너에는 이렇게 큰 입자의 토비를 넣어줘야 원활한 air and water moving이 가능하다나...
플러싱에서 공수해 온 아가들. 청량고추, 풋고추, 깻잎(한국/일본 종), 민트 스트로베리, 쑥갓 모종이다. 민트 스트로베리님이 최고 몸값을 자랑하신다. 얼마 전 어떤 말 많은 미국남자(Philip Rosenthal)가 진행하는 요리여행 프로그램(I'll have what Phil's having)을 보다가 이태리 맛집 옥상에서 키우는 민트 스트로베리를 봤는데, 아주 잔망스럽게 이뻐보여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육체노동의 즐거움은 노동가라도 불러야 가능하겠더라. 사실은 허리가 끊어질 지경-
모종 사이의 거리를 저렇게 좁게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욕심부려 너무 많이 사 왔다. 사실 돌아오는 길에 더 사 올 걸 후회도 했었지만 말이다. 화분 하나에 모종 하나만 심어야 할 것 같은 예감이 ㅠㅠ 그러려면 화분 40개 필요 ㅎㅎㅎ 찡겨서 못 크면 어떡하나 걱정이 산더미. 결국 바리따씨 운동 다녀오는 길 화분 몇 개를 더 사오라고 주문했다. 바리따씨는 위로랍시고 "어차피 죽는 게 있을 수 있다"며 -.-;;
아침노동의 결실- 볕이 잘 드는 파티오의 한쪽 구석에 가지런히 놓았는데, 좀 더 텃밭 같은 느낌을 살리기 위해 Home Depot 쇼핑을 더 해야겠다. 좁아도 잘 살아보자. 아껴주고 살펴줄게. 무럭무럭 자라서 나 쌈밥 많이 먹게 해 주렴- 그나저나 이 녀석들 걱정에 올 여름은 집 떠나 여행하기도 부담스럽다. 아빠가 밭에 물 줘야 한다고 집 비우는 거 싫어하시는데 그 마음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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