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놀이

Kevin's coffee, Vernon

바리차 2016. 2. 18. 07:33

Kevin's Coffee Roasters

Vernon에 있는 로스팅 커피가게다. 바리따씨는 밤까지 학교에서 일을 하고 온다 하니-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홀가분하게 동네에 일을 하러 나간다. 운전할 때 고속도로를 (무서워서) 싫어하기 때문에, 로컬로 갈 수 있는 많이 멀지 않는 가게를 선택했다.

이 동네도 참 척박하다. 미국스럽다. 이웃하고 있는 것을 찾기가 어렵다. 덩그라니 커피가게 건물이 있었다. 그래도 내부는 꽤 아늑한 편인데 뉴잉글랜드 지방다운 앤틱함이 있다고 할까...

이 가게의 특징은 flavor가 들어간 커피가 많다는 것이다. 매일 두 종류 정도 오늘의 커피 메뉴를 내 놓는 듯 하고, 저렇게 보이는 jar에서 조금씩 커피콩을 가져와 그라인딩을 한다. 가게에 내놓은 종류만 세도 50개는 족히 넘었다. 옆에 저울이 있어서 원하는 커피를 그램으로 살 수도 있다. 로스팅룸은 계단 옆인데, 문 반쪽을 오픈해 놓아서 내부가 다 보인다. 오른쪽 살짝 보이는 아저씨가 주인인 Kevin일거다. 웃는 얼굴상은 아니지만 그 나름의 방식으로 친절함이 느껴졌다. 아마 나같은 동양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조심하는 눈치다. 이 동네는 East Asian이 많지 않다. 특히 바리따와 내가 가는 로컬 스몰 샵에서는 머쓱할 정도로 우리의 identity가 드러난다.

오늘의 커피는 caramel nut fudge. 그냥 주는대로 마셨다. flavor가 강한 것에 비해 맛은 연해서 에스프레소 취향인 바리따씨는 별로 안 좋아할 수도.


테이블은 펍에 있을 법한 모양들이다. 케빈은 내가 커피를 받아들자 Have a good afternoon이라며 인사를 했는데, 내가 자리에 앉으니 oh, there라고 겸연쩍게 붙였다. 손님들은 많았다. 주로 40-50대 거칠어 보이는 아저씨들이 많이 들렀는데, 손님들끼리도 이름을 불러가며 인사하고, 잠시 앉아서 가벼운 안부수다를 떨기도 하는 걸 보니 대부분 단골들이다. 근데 나한텐 특별히 이것저것 묻지 않았다는. 기회가 많았는데 ㅋㅋ 내가 겁먹은 쪼매난 동양여자애로 보여서 배려한 것일수도 있겠다는 위로를 한다.



혼자 앉아 공부하기는 아직 좀 불편했다. 나 외에 아무도 그러하지 않았고 ㅋㅋ 가게가 좁아 사람이 없을 땐 주인과의 서먹함마저도 느껴졌다. 그는 가끔 윗층에 올라가 혼자 무슨 일을 하는 것 같던데, 그럴 때 손님이 오면 '주인 윗층에 있지롱' 하고 알려줘야 했다. 그는 한참 뒤 내려와서 '누가 왔었니?' 내게 물었다. 그렇게 1시간 반을 앉아 있다가 도무지 집중이 안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나오는데, 괜히 뒤에서 "쟤는 뭐니?" 라고 남은 사람들끼리 속닥거릴 것 같은- 나는 그 속에는 속하지 못할 것 같은 이질감을 느꼈다. 긴장했었나 봐 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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