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놀기

2017 발렌타인 데이

바리차 2017. 2. 17. 08:52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 특별히 놀았다고 처음 쓴 글이 작년 발렌타인 데이다. 셔츠와 원피스를 차려입고, 주방장 겸 홀매니저 겸 손님 역할을 하느라 정신없었던 작년. 바리따씨와 나는 일년에 한 번 정도는 매년 -의도하진 않았지만 굳이 정한다면 발렌타인 데이에- 집에서 이렇게 잘 차려먹어 보자고 다짐을 했더랬다. 물론 그러고 까먹었다. 원래 이벤트를 챙겨먹는 성격이 아니다. 그래도 2주 전, 부모님께 보낼 카드를 사는 김에 발렌타인데이 카드를 사 놓은 게 다행이었다. 그마저도 당일 아침에 생각 나 바리따씨가 샤워를 하러 간 사이 급히 써서 난 이런 거 까 먹는 뇨자 아님 코스프레를 하며, 그의 책상에 슬그머니 올려놓았다.

그러나 바리따씨는 나보다 섬세하다. 5년 전, 미국에서 처음 맞은 발렌타인 데이에 배달 장미꽃과 함께, 그런 이벤트를 싫어하는 나를 염려해 It's not always that bad to be a Cliche. 한 문장의 카드까지 날린 그다. 물론 그 이후로 한국에서 발렌타인 데이는 여자가 챙기는 건데라며 꾸불텅대지만 그래도 챙기는 건 챙기는 스타일이다. 이런 그와 여러 해를 함께 하면서 체득한 것은 그의 그런 섬세함에 대해 고마움을 아낌없이 표현하고 오래오래오래오래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것 같았지만, 바리따씨는 올해도 다른 방식으로 "일년에 한 번 정도는" 의 약속을 지켰다. 나는,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오래 기억할 수 있는 고마움을 위해, 기록을 남긴다.

@The Capital Grill, Hartford, CT.

작년 말 보스톤에 가서, 다음엔 캐피털 그릴에 데려갈게 하더니!


The Book of Mormon @ The Bushnell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 Hartford, CT

브로드웨이에 가진 못했지만, 분기별 한 편의 뮤지컬 관람 목표도 동네에서 달성시켰다! 해밀턴이 나오기 전 위키드를 제끼고 브로드웨이를 휩쓸던 북오브몰몬. 일주일동안 하트포드에서 공연한다.


발렌타인 데이라고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이 정말 많았다. 하다 못해 빨간 스카프라도 한 할머니까지. 발렌타인 데이 드레스 코드가 빨간색인 걸 전혀 몰랐던 나는. 왜? 왜? 왜? 급히 구글링을 했는데,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려고 정도의 별 시덥잖은 답만 찾을 수 있었다. (나는 빨간색 옷 하나도 없는데- 하나 사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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