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놀기

플로리다 (3.11.2017-3.17.2017) 1부

바리따 2017. 3. 24. 12:36

자, 봄방학이 왔다. 이번에는 어딜갈까? 하다가, 동부에 몇년을 살았는데 플로리다에 한번 안갔다는 것을 깨닫고 올 겨울의 마지막을 플로리다에서 맺기로 한다. 여행 일정은

올랜도 디즈니월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2일) - 이동 및 에버글레이즈 공원 (1일) - 키웨스트 (2일) - 마이애미 비치 (1일)

토요일 (올랜도에 도착)

우리 부부가 애용하는 뉴저지 토속촌에서 저녁으로 돼지국밥과 순대국밥을 뚝딱하고, groupon에서 찾은 공항 근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Newark 공항에 도착했다. (Wally parking인가 하는 곳 이었는데, 뉴저지 Newark공항 근처에 주차하고 비행기를 탈 분께 추천. groupon을 이용하면 하루 $5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주차장에서 공항까지 셔틀도 자주 운행한다) 많은 학교들이 같은 시기에 방학을 하다보니 여행을 떠나는 학생들로 공항이 북새통. Jetblue를 이용했는데, 메이저 항공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았다, 느리긴 하지만 무료로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고.

두시간 반쯤 비행기를 탄 후에 자정쯤 올랜도 공항에 도착했다. 외투를 벗어들고, 따뜻한 공기에 일단 취해본다. 아, 신나라. 차를 렌트하는데 뉴비틀을 준다고 분명히 이야기를 들었는데, 차를 못찾고 헤메다가 서류를 보니 떡하니 니싼 versa라고 적혀있다, 이건 뭐지. 굳이 돌아가서 언쟁을 벌이기가 귀찮아 그냥 차를 갖고 나왔는데 이것이 큰 실수였다. 왜 실수였는가는 여행 말미에 설명할 예정. 해치백의 versa를 타고 룰루랄라 삼십분쯤 운전해서 올랜도에 도착. 길도 참 잘 정비되어 있고 가로등도 많더라, 미국이라고 다 그렇게 길이 어두운건 아니었구나. 호텔에서는 어차피 잠만 잘 예정이였기 때문에 hotwire에서 저렴한 곳을 이용했다, 그래도 엄청 넓었다. 처음 받은 방에서 개미가 있어서 다른 방을 받고 정리를 하다보니 여차저차 새벽 4시. 다시금 느낀다, 역시 노는 것도 만만치가 않아.

일요일 (디즈니월드 매직킹덤)

안그래도 늦게 잠들었는데, 이 날이 바로 Daylight saving time 이 시작하는 날이라 우리의 소중한 한시간을 빼앗기고 만다. 아침 일찍 가야되니까 일곱시 반에 일어나자~ 하고 잠들었는데, 시간대의 변화로 세 시간 정도밖에 못자게 된 것. 그래도 불평하지 않고, 양치질을 하며 잠을 깬다. 참 대단하다 우리. 시덥잖은 호텔 아침을 한입 두입 먹고, 그나마 나은 인스턴트 커피를 조금 마신 후에 근처 월마트에 들러 놀이공원 안에서 먹을 것들과 미니마우스 머리띠 등을 주섬주섬 사고, 디즈니월드로 향한다. 올랜도 디즈니월드에는 매직킹덤, 엡캇, 애니멀킹덤, 등등의 테마파크와 리조트들이 모여있는데 (뭐가 다른지는 훌륭한 다른 블로그가 많으니 거기서 참조하시길),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크기가 정말 컸다. 디즈니 세상으로 돌입하면서 톨게이트 같은 곳을 지나며 주차비 ($20/하루) 를 내는데, 이때부터 뭔가 동화 세상에 도착한 그런 기분. 우리는 디즈니 초보자라서 일단 기본을 하기 위해 매직킹덤을 가기로 했다. 도착해서 매표소까지 운행하는 놀이공원에 흔히 있는 그 작은 차를 타고, 매표소를 지나 모노레일을 타면 이제 매직킹덤에 도착한다. (미리 티켓을 구매한 경우 매표소에서 줄을 설 필요가 없음) 매직킹덤 입구에 도착해 마치 공항을 통과하듯 보안검색 (주의할 점은, 셀카봉이 걸린다는 것) 을 거쳐 들어가면 이제 매직킹덤! (주차를 하고 여기까지 오는데 대략 30분에서 1시간이 걸렸다)

동화의 나라

놀이기구는 캐러비안의 해적, 정글크루즈, 헌티드맨션, 환타지아, 언더더씨, 스플래쉬마운틴, 빅썬더마운틴, 푸우, 회전목마, 피터팬플라이트 등을 탔다. 인기 있는 기구들은 미리 패스트패스를 걸어놨고 (3개까지 미리 예약이 되고, 줄을 안서도 됨), 그렇지 못한 것들은 대략 30분에서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잠을 못자서 좀 힘들긴 했는데, 그래도 날씨가 너무 덥지 않고 즐거운 분위기에 둘러쌓여 있다보니 기다리는 것도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놀이기구는 (아닌 것도 있지만) 대체로 작은 열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디즈니 이야기를 보는 컨셉이다. 뭐랄까 유치하다면 유치하다, 하지만 아기자기하고 예쁘면서 신기했다, 조악하지가 않았다. 즐거웠다.

캐러비안의 해적을 타면 요런 광경을 보게됨.

중간에 배가 고파서 엄청난 크기의 터키 다리 고기를 사먹었는데, 매우 짰지만 신기한 음식이었다. 길거리 음식을 많이 사먹어야지 하고 기대하고 갔는데, 은근히 사먹을게 별로 없었다. 매직킹덤의 상징인 신데렐라 궁전 앞에서 공연을 보고 (아직도 렛잇고에 열광하는 아이들에 놀람), 3시에는 디즈니 유명 캐릭터들이 퍼레이드를 했고

미녀와 야수, 피노키오 등등 유명한 애들이 다 지나갔지만, 난 이 용이 마음에 들었다. 디테일을 보라! (그런데 어디서 나오는 캐릭터인지.)

9시에는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11시 폐장시간까지 시간을 꽉채워서 놀고 돌아왔다. 신났고 동화같고 즐거운 놀이공원. 유치하다 느낄이도 많겠지만, 그건 매직킹덤을 즐기는 자세가 아닌것 같다. 여기는 우리가 동화 속에 있음을 믿어야 재미있는 곳이다.

불꽃놀이 시작 직전. 이 사람들이 다 어디서 왔나.

월요일 (유니버셜 스튜디오)

정상적으로 수면을 취하고 기운을 회복한 우리는, 다시 파이팅 하며 숙소를 나섰다. 이날은 몇일 전부터 비가 올 예정이었기에 아 제발 바뀌어라 - 하고 빌었는데, 절대 바뀌지가 않더라. 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 올랜도와 조금 떨어져 있는 디즈니월드와 달리,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숙소에서 5분만에 갈 수 있었다. 주차할 때는, 음 백화점 주차장 같군, 했는데 역시 입구를 지나가니 기분이 났다. 여기는 동화 아니고 영화 속에 들어온 기분. 통칭 유니버셜 스튜디오라고 하는 이 테마파크는 사실 두 곳을 포함하고 있다 -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Islands of adventure. 역시 테마파크 초보인 우리는 기본을 가야지 (그리고 바리차씨는 롤러코스터 류를 안좋아하니까 비교적 그런 것이 더 적을 것 같은 곳을 선택), 하고 결정하고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가기로 했다.

대문짝만한 로고

영화 세트장을 연상하게 하는 거리가 이어지는데, 일단 우리는 해리포터 관련 구역부터 갔다. 다른 블로그 보니까 다들 거기 얘기를 많이 하길래.

슬슬 구경을 하면서 해리포터 구역, Diagon Alley에 도착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여기가 이 테마파크의 심장부이구나.

사람이 여기 다 모인듯

시간이 되면 소리를 내며 불을 뿜는다

난 해리포터 팬이 아니다, 책도 안봤고, 여기를 조금 더 재밌게 보려고 영화를 3편까지 본 정도. 그런 나도 빠져드는 그런 기운이 있었다. 관광객들은 마법사 가운을 입고 돌아다니고, 여기저기서 지팡이를 휘두르고, 때가되면 용이 불을 뿜는 그런 골목길을 또 언제 가보겠는가. 지팡이를 구경하러 상점에 갔다가 사람에 치여서 포기하고, 일단 버터비어를 마시러 갔다. 난 영화 어느 부분에 나왔는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아무튼 나왔다고 하는데, 진짜 맥주는 아니다. 맥주랑 얼핏 비슷하게 생겼지만, 알콜이 없는 캬라멜 맛이 나는 음료였다. 좀 달았는데, 뭐 이런 음료가 다들 그렇지. 골목 구경, 사람 구경, goods 구경을 실컷 하고 놀이기구를 타러 갔다. 여기도 열차 같은 것을 탔는데, 디즈니랑은 컨셉이 달랐다. 작은 열차를 타고 4D 영화를 본다고 하면 될듯. 실감나고 재미있었다. 추천.

놀이기구에서 나와 우리도 지팡이를 사서 실컷 휘두르고 다녔다. 이게 뭔가하면, 마법 지팡이 끝에 센서가 달려있어 특정 위치에서 특정 모션을 하면 마치 마법이 되는 듯이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이다 - 작은 구역에 비가 오게 한다던가, 상점 물건 진열대에 물건이 움직인다던지 하는. (마법의 작동을 위해서는 센서가 달린 지팡이를 사야한다)
서너시간을 보낸 끝에, 이제 다른 데좀 가볼까 하고 해리포터 마을을 떠났다. 다른 구역도 영화 세트처럼 나름대로 잘 해놨는데, 해리포터에 비하면 음 소소. 그래도 심슨 구역은 마음에 들었다. 다른 놀이기구는 맨인블랙, 슈렉, 트랜스포머, 미니언즈 등을 탔는데, 맨인블랙은 스킵해도 될 듯하고 트랜스포머는 해리포터에서 탄 것 정도로 재미있었다. 미니언즈랑 슈렉도 그럭저럭. 바리차씨의 동료 부부를 오래간만에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서 반갑게 같이 맥주를 마셨고, 뉴올리언즈의 Mardi gras 축제를 본뜬 퍼레이드를 구경한 후, 9시쯤 공원을 나왔다. 저녁에 비가 꽤 왔지만, 우비를 입고 촐랑촐랑 잘도 다녔다. 아 하루 더 있으면 Islands of adventure에 해리포터 동네도 갔을텐데,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어쩌나, 나중에 와야지 하고 서로를 다독이며 파스타와 피자를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Restaurant: Vivo Italian Kitchen; 알아보고 들어간 곳은 아니었는데, 은근 맛있었다)

9시 폐장은 좀 빠른것 같다

화요일 (마이애미로 이동, 에버글레이즈 에어보트)

다음날 키웨스트로 가기 위해 올랜도를 뒤로하고 마이애미 근방으로 이동했다. 예상되는 주행시간은 약 4시간 (400km 정도). 여행을 와서 또 이렇게 장거리 운전을 하다니 싶겠지만, 뭐 이정도는 껌이지. 이럴때 나도 미국 꽤 살았네 하고 생각이 든다. 테마파크를 몇일 다니다보니 식사를 계속 대충 떼워 속이 허한 느낌이 들어, 점심으로 한국음식을 먹기로 결정하고 yelp를 통해 찾은 '가고파'라는 한국음식점에 들렀다. 장고 끝에 김치찌개를 선택한 나를 바리차씨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집에서도 먹을 수 있는건 절대 안시키더니 오늘은 되게 먹고 싶었나보네 라고 말하는 듯했다 (절대적으로 나의 해석). 맛있었긴 했는데, 팁이니 택스니 다 계산하고보니 김치찌개가 이만원 꼴이다. 한국에 가고싶어지는 그런 때다. 아무튼 점심을 푸짐히 먹고 Everglades 국립공원에 에어보트를 타러갔다. 여기도 엄청 큰 국립공원인지라 (구글맵에서 찾아보면 거의 코네티컷 주 만한것 같다) 하루종일, 또는 더 길게 보는 사람들도 많던데 우리는 그냥 가벼운 액티비티 하나 하고 넘어가기로. 습지보다는 바다가 보고 싶었으니까. 30분정도 보트를 타고 습지 깊숙이 들어갔다. 악어를 근거리에서 몇 마리 보고 특이한 새들도 보고 자연탐방을 했다.

악어가 이렇게 바로 옆에. 가만히 두면 공격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공원에서 나와 저녁은 예약한 숙소의 근처에서 멕시코 음식을 먹었다. 처음 먹어봤고 정말 강렬한 맛이었기에, Molcajete Mixto란 음식을 굳이 적어두고 싶다. Molcajete가 저 돌절구통 같은 것을 지칭한다고 한다. 멕시코 음식에 의례 들어가는 여러 재료들을 그릴에 볶고, 맵고 짠 소스와 돌절구에 함께 넣은 후에 다시 한번 끓여서 나온다. 핸드폰 사진이라 알아보기는 조금 힘들지만, 닭고기, 소고기, 새우, 모짜렐라 치즈, 고추, 초리조, 대파 등등. 나도 매운걸 어지간히 좋아하는데도 꽤 매웠다. (Restaurant: El Rincon De Jalisco, Homestead)

airbnb로 예약한  마이애미 근처 동네 (Homestead) 숙소에 어렵게 어렵게 느즈막히 여덟시쯤 도착했다. 집 주인인 마샤가 가르쳐준 디렉션이 바리차씨 마음에 안차서 투덜투덜.

도착해서 집에 들어가니 두 마리의 개와 한마리의 고양이가 우리를 반겨줬고, 집이 굉장히 아름다워서 3초만에 마음이 풀렸다. 실내 수영장을 앞에 두고 (거의) 꽉 찬 달을 보면서 맥주를 마시고 (주인 아주머니 제공!), 마샤 아주머니와 동네의 변천사라던지, 동부에서는 추워서 어떻게 사니, 등등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방에 돌아와 잠에 들었다.

덧붙임: 다시 생각해보니 한국 음식점 이름은 '가고파'가 아니고 '가보세'. 특이한 이름이지만 마음에 든다, 우리 같이 한번 가보세 워 이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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