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놀기

플로리다 (3.11.2017-3.17.2017) 2부

바리따 2017. 4. 3. 10:16

수요일 (키웨스트 1일 차)

친절하게도 마샤 아주머니가 아침을 만들어줬다. 그냥 집에서 내가 자주 먹는 아침 메뉴랑 거의 흡사했는데 (프렌치 프레스로 내린 커피, 과일, 그리스식 요거트, 크로아상), 가정용 수영장을 옆에 두고 햇볕을 쬐며 파라솔에서 먹으니 참 맛도 좋았다. 빨리 출발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신신당부를 하셔서 9시가 조금 되기 전에 길을 나섰다.

그러고 보니 아침을 주는 airbnb는 처음이다.

키웨스트는 간단히 말하면 땅끝마을 같은 곳이다. 마이애미에서 거리가 그렇게 멀진 않은데 (200km 조금 넘는 정도), 일 차선이다 보니 느린 차가 앞에 있으면 빨리 가길 포기해야 하는 그런 길이다. 그럼 어떠랴? 우리는 마냥 신이 난다.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구경하다보니 열두시가 조금 넘어 키웨스트에 도착했다. 

이게 다 어디야

첫인상이 그렇게 특별하진 않았다. 야자수라든지 예쁜 집들이라든지, 좋긴 좋았지만 ‘흠, 여기가 왜 그렇게 유명한 거지?’ 하는 생각도 같이하면서 한 삼십 분을 돌면서 구경했다.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꽤 차들이 들어와서 주차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배가 고픈데 맛집은 지나쳐버려야 하고 거리에 보이는 사람들은 다들 행복해 보이고… 거리 위 사람들을 부러워하다가 우리도 주차할 곳을 드디어 발견하고 거리의 여행자로 합류했다. 정오 근처에 여행객들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조금만 늦게 도착하면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 혹시 키웨스트에 차를 가지고 가시는 분들은 조금만 더 일찍 출발하셔서 열한시가 되기 전까지 오시면 좋을 듯하다. 어쩌면 우리가 봄방학 기간에 와서 사람이 더 많았을 수도.

후다닥 밥을 먹고 (그 와중에 먹은 랍스터-새우 케이크 맛있었다), 이 동네의 대표적 관광지 헤밍웨이가 살던 집으로 향했다. 

이 집에서 헤밍웨이가 삼십 대를 보냈다고 한다. 여행을 위해 노인과 바다를 벼락치기로 읽은 게 헤밍웨이의 작품에 대해 내가 아는 전부라 작가로서의 헤밍웨이를 깊이있게 논하지는 못할 것 같고, 다만 집은 정말 좋았다. 여행지에 가서 명소들을 갔을 때 참 좋구나, 하고 느낀 곳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여기는 그랬다. 왠지 편안한 느낌을 주는 집안과 조경, 자기 집인 양 활보하는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 (발가락이 6개인 것이 특징 - 일반적으로 4 또는 5개) 이 어우러져 정말 어떤 사람이 살 것같은 같은 느낌을 조금이나마 받을 수 있었다. 무료로 제공하는 단체투어에 참여해 30분 정도 설명을 듣고, 여기저기에 앉아서 집과 사람들을 구경했다. 이런 데 살면 글이 저절로 써지려나. 그럴 리가 없지. 글쓰기에 컴플렉스가 있지만 훌륭한 작가들을 동경하는 나는, 의자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전업 작가, 그리고 유명한 전업 작가의 마음과 생활을 생각해본다. 

서재로 보임. 방부터 글 잘쓰게생겼다.

 침대에 누운 고양이 세 마리- 인형이 아니다

실컷 사진을 찍고 작가 놀이를 한 후에,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잘 알려진 여행지이다 보니 pub들이 많고, 대부분 해피아워 (대략 오후 4시 30부터 6시까지) 동안 각종 애피타이저와 주류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서 우리도 이 시간을 이용해 해산물 음식을 먹었다. 맥주를 들고 멀끔하게 생긴 바다를 보면서. 

굴!

이 동네는 숙박비가 매우 비싸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도 1박에 $300 안팎이었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는 겸 특이한 경험을 하기로 했다. airbnb를 통해 바다에 떠 있는 요트에서 하룻밤을 자기로 한 것이다. 예약할 때 리뷰들을 보니 보트 안에 정말 아무것도 없으니 주의하시오, 편안한 숙박보다는 특이한 경험을 예상하고 오라는 등의 당부가 많아서 우리도 준비물을 단단히 챙기고 (20도의 날씨임에도 겨울 코트를 챙김) 우리를 요트로 데려다줄 라이언을 만나기 위해 부두로 갔다.

조금 기다리다 보니 라이언이라는 바다 사나이가 스피드보트를 끌고 왔고, 근처에서 서성이던 한 사람이 우리와 같은 요트로 가기 위해 합류했다. 오분쯤 타고 바다로 나갔으려나 (육지가 어슴푸레하게 보이는 위치까지 갔다), 어디로 팔려가는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어떤 요트에 도착하여 다 왔으니 내리라는 반가운 말을 듣고, 이미 도착해있던 다른 여행객들과 합류했다. 그날 이 요트에서 묵은 건 우리 부부와 남매로 보이는 중국인 유학생 및 직장인, 그리고 영국 억양의 영어를 구사하는 독일인 여행객이었다. 각자 소개를 간단히 하고, 요트를 실컷 구경하고 나니 별로 할 일이 없었다. 상상한 것과 비슷한 크기였고 겉모습도 깨끗했는데, 안은 아직 작업 중이고 잘 정리가 되어있지 않아서 일단 들어가지 않고 다섯 명이 모두 갑판과 안이 연결되는 부분에 앉아서 (용어가 있을 텐데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군)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먹었다.

저기에 옹기종기 앉아서 저녁을 보냈다

요트와 바다

고요한 가운데 넘실거리는 배 위에서 갑판에 누워 별을 보며 밤을 지새울 생각을 했던 우리는 현실과 이상의 차이 앞에서 떨어야 했다: 플로리다도 추울 수 있고, 흐릴 수 있다, 그리고 그 날이 바로 우리가 보트로 간 날일 수도 있다. 바다 한가운데 있다 보니 바람이 너무 많이 불었고 (갑판에 가만히 서 있기가 힘든 정도), 구름이 잔뜩 낀 탓에 별이 잘 보이지 않았다. 별구경을 포기한 우리는 배에서 보이는 키웨스트의 광경을 감상하고 대화를 조금 나눈 후, 배가 더는 신기하게 느껴지지 않을 때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열한시 정도?

영화에서 흔히 본 것과 비슷한 요트 안 작은 방에 들어가 동아리 방에 있을법한 스펀지에다 커버를 씌운 후 그것을 깔고 잠에 들었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재미있었다. 파도가 출렁출렁 할 때마다 배가 따라 움직여서 멀미가 조금 났지만, 피곤했는지 금세 잠들었다. 새벽에 잠깐 깨서 별이 나왔는지 다시 한번 보고 엄청난 바람을 도망쳐서 잠을 더 잔 후에, 해가 떠오르는 장면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갑판에 앉아서 해가 뜬다뜬다뜬다 하다 보니 금세 다 떠올라서 날이 환하게 밝아졌다. 에너지가 절로 생기는 그런 광경이다. 이전에 일출을 언제 봤는지 기억이 안 나는걸 보니 어쩌면 생전 처음 본 것일 수도 있겠다. 키웨스트에서의 첫 일출이라, 고급지고 괜찮군. 어릴 적에 가족들과 여행가서 부모님이 일출을 보러 가자고 깨우면 그거 봐서 뭐하냐고 툴툴댔던 기억이 난다. 대체 그땐 왜 그랬을까?

해가 뜬다

해 뜨는걸 본 후 물건들을 대충 챙기다 보니, 벌써 하선할 시간이 돼서 라이언이 다시 우리를 데리러 왔다. 별은 잘 못 봤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불편한 게 큰 문제가 안 되는 분들에게 추천할만하다.

우리가 묵었던 요트

목요일 (키웨스트 2일 차)

편의시설이 없는 요트에서 물티슈만을 이용해 하루를 났으니, 마을로 돌아오자마자 우리가 향한 곳은 어느 정도 크기가 있는 공중화장실. 아침 일찍이다보니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최선을 다해 청결도를 되찾고 일단 커피를 한잔 마시러 갔다. 이곳은 쿠바와 매우 가까워서 쿠바식 커피가 유명한데, 좀 찾아봐도 쿠바식 커피의 정의는 정확히 모르겠다. 나는 그냥 설탕을 많이 넣은 에스프레소로 이해한다. 이 동네에서 유래했다는 키라임 파이를 곁들여서 (달고 셨다, 라임이 들어갔고 파이니까 당연한건가) 카페인과 당을 섭취하고, 키웨스트의 다른 명소 Southermost Point (남끝지점) 으로 향했다. 꽤 거리가 있었지만 이날은 날씨가 화창하고 따뜻해서 하루종일 마냥 신나게 걸어서 이동했다. 

쿠바커피 한 잔에 1불이다

안나왔지만 왼쪽 프레임 바깥에 줄이 길게 서있다

여기가 미국의 최남단이고, 쿠바 Havana와 대략 150km정도 떨어져 있다고 한다. 줄서는거 싫어하는 우리는 대충 옆으로 빗겨서서 사진을 찍고, 바다 구경을 조금 한 후에 근처 해변으로 가서 햇볕을 쬐며 또 바다 구경을 했다. 따뜻한 햇살과 바람, 깨끗한 바다가 있는데 명소가 뭐 중요한가. 그렇게 봄볕을 즐기다가 아점을 먹기위해 yelp 리뷰가 2000개에 육박하는 Blue Heaven으로 갔다. 예쁘장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그런 가게였는데, 야외고 실내고 테이블이 꽉차서 30분을 기다리라는 말을 듣고 잠시 실망하다가 다행히 바에 자리가 있어서 자리를 잡고 음료와 음식을 주문할 수 있었다. 정오도 안된 시간에 다들 미모사 칵테일을 한잔씩 홀짝이며 아점을 먹는 모습이란. 바리차씨는 뉴올리언즈에서 맛있게 먹고 온 Shrimp and Grits (통새우가 들어간 죽 같은 느낌) 를, 나는 간단히 햄과 계란이 들어간 샌드위치를 먹었다. ‘역시 2000개 리뷰의 맛집답게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맛이 있었다’ 는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맛이 있었고 활기차고 예쁘고 편안한 가게 분위기가 참 좋았다.

바리차씨가 시킨 새우+그릿츠+바나나 케익, 미모사의 절반은 내가 마셨다.

가보고 싶은 동네의 명소를 다 본 우리는 가게들이 모여있는 Duval St.와 일몰을 보는 지점인 Mallory Square 근처, 트루먼 대통령이 휴가를 보냈다던 별장 근처를 계속 걸어다니면서 사람구경, 동네구경, 날씨구경을 했다. 특별히 적을 것은 없는 평온한 시간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다. 쏘다니다보니 또 배가 고파졌고, 이번에는 쿠바식 샌드위치를 먹을까 하고 다시 yelp를 뒤져 Bien Caribbean Latino라는 가게를 찾아갔다. 그리고 내 인생 최고의 샌드위치를 먹었다. 

쿠바 샌드위치+옥수수

제일 기본메뉴로 보이는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부드럽게 slow cook된 돼지고기와, 빵, 그리고 소스 하나하나가 다 맛이 있었고 잘 어우러졌다. 샌드위치가 그게 그거지 하고 별로 높게 평가하지 않는 나인데, 여기는 맛있다 소리가 그냥 나왔다. 맛있는 한국 음식을 떠올릴때는 침이 고이는게 예사지만, 외국 음식을 떠올릴때는 그런 경우가 매우 드물지 않은가? 이걸 쓰면서 또 침이 고였다, 키웨스트를 가신다면 꼭 들러보시길 추천한다. 샌드위치에 곁들여 옥수수 구이를 같이 먹었는데, 버터와 라면스프가 같이 발라져 있는듯 한 그런 맛이었다. 어떨것 같으신지? 옥수수는 달고, 버터는 고소하고 느끼하고, 라면스프는 짜고 매우니 조합이 이상하긴 해도 맛이 없기도 힘들다. 그렇지만 양념이 너무 과해서, 옥수수 하나를 혼자 먹는것은 과감히 비추하겠다.

이걸 먹으면서 얘기한건 아니지만, 이 동네에 유독 많은 닭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게 기억이 난다. 닭들이 가족단위(?), 친구단위(?)로 겁도 없이 길바닥을 활보하는건 예사고 건널목을 이용해 찻길을 건너질 않나, 시도때도 없이 여기저기서 울어댄다. 이 닭들에는 사연이 있다는걸 알게 됬는데, 쿠바 혁명이 일어난 때에 쿠바를 떠나온 피난민들이 이 닭들을 데려왔고, 곧 여유로워져 닭들을 굳이 키울 필요가 없게 됬다는 것이다. 결국 방생된 닭들이 잘살아남아 현재는 2000마리 가량이 동네에서 그냥 방생 중이라는 흥미로운 이야기.

여기저기에서 열심히 살고있는 닭들

돌아가야할 시간은 어김없이 잘도 돌아온다. 우리의 마지막 일정인 일몰 감상을 위해 Mallory Square로 향했다.해지기 한시간쯤 전에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이미 많이 도착해서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있었고 거리 공연이 여럿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모히토를 한잔 사기위해 야외에 설치된 바에 줄을 섰고, 바리차는 재빨리 시야가 가려지지 않는 좋은 자리를 잡았다. 

딱봤을때 이십년 정도 바텐더를 하셨을 법한 베테랑으로 보여서인지 줄이 정말 길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열심히 음료를 만들어주는 모습에 뭔가 신뢰가 갔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려 받은 모히토를 마시며 해가 지는 것을 구경했다. 음, 해가 지는군. 오늘 아침에 본 그 해가 지는군. 키웨스트는 왜 좋은가 (이렇게 길고 길게 쓰면서도 아직도 정확히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참 좋네. 첫째날보다 둘쨋날 좋다. 낮보다 저녁이 좋다. 일출보다 일몰이 좋다. 이런 생각을 하며 석양을 감상하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해가 진다 진다 진다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각 나라 언어로) 이렇게 되뇌였다. 그렇게 해가 다 졌고, 아쉬울 때 깔끔하게 떠났다. 서로의 손을 잡고 팔을 신나게 앞뒤로 흔들면서.

airbnb를 통해 예약한 하이디의 집으로 가기 위해 네시간이 걸려 다시 마이애미로 돌아왔다. 이번엔 근교가 아니라 마이애미 도시를 거쳐갔는데, 삐까번쩍 했다. 이번 여행 일정에 마이애미 시내구경은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기회로. 조금 아쉬웠다. 도시의 교통체증과 난폭운전을 뚫고 집에 도착해서 인사를 하고 (이 집도 개가 많았는데, 처음에 마구 짖어서 조금 무서웠다), 방에 들어갔다. 우리는 지쳐있었지만, 예술가 집주인이 답게 잘 꾸며놓은 방을 구경하면서 우와 우와 하다가 잠에 들었다. Zzz

플로리다 집 같은 하이디네.

자세히 보면 어디서 주워온 것 같은 부러진 가구들로 인테리어를 했다. 바리차씨는 나중에 airbnb 호스트가 될 거라며 부지런히 실내 사진을 찍었다.


금요일 (마이애미 비치; 집으로)

하이디의 집은 ‘리틀 아이티’라는 구역에 있었는데, 잘 정돈되어 있고 요즘 뜨는 동네인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 근처에 있는 예쁘게 생긴 카페로 걸어가 라떼와 아메리카노를 한잔씩 샀는데 $8 정도가 나왔다, 우와 여기도 정말 물가가 장난이 아니군. 맛은 좋았어서, 그걸 홀짝거리며 사우스 포인트 비치로 출발했다. 날씨가 흐리고 조금 쌀쌀해서 (그럼에도 20도가 넘었다) 바다에는 발만 담궜지만, 끝도 없이 길게 늘여진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말로만 듣던 그 마이애미 비치

사진을 찰칵찰칵 찍고 놀다가 비치 타월을 깔고 놀러온 사람들 구경도 좀 하면서 해변의 여유를 즐긴 후, 사우스 플로리다의 명물 스톤크랩을 먹으러 Joe’s로 갔다.

껍질 정말 단단함.

껍질이 매우 단단해서 스톤크랩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Large 크기 1.5인분을 시켜서 먹었는데 우리 둘에게는 적당한 양이었다. 역시 갑각류는 살짝 모자르게 먹어야 맛이있다, 많이 먹다보면 질리니까. 각자 집게발 4개와, 사이드로 크리미한 시금치를 나누어 먹었는데, 맛이 있었다. 이 스톤크랩 집게발을 게에서 분리해낸 후 게를 죽이지 않는다고 서버가 설명을 해주었다. 일년을 다시 키우면 자연스럽게 다시 자란다나. 매우 인도적인양 설명하는게 조금 우스웠다, 죽진 않고 집게발만 뜯기니까 낫다고 해야되는건가? 아무튼, 이 음식은 차갑게 서빙되고, 껍질을 잘못 씹다가는 이가 부러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단단하기 때문에 미리 잘 부숴져서 나오니 걷어내고 먹으면 된다. 맛이 있었고, 한번 먹어볼만한 음식으로 추천. 그렇게 우리의 여행 일정을 마무리하고, 해운대의 커다란 외국버전 같은 벅적벅적한 마이애미 비치 유흥가를 드라이브하며 구경하여 통과한 후 공항으로 돌아왔다.

이제 묵혀뒀던 렌트카 관련 문제가 여기서 발생한다 (1부 참조).  차를 반납하려는데, 렌트카 업체 (Payless) 에서 애초 계약서에 이런저런 옵션 등을 나에게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막 넣어두었고, 애초에 인터넷으로 계산했던 렌트비의 두배 이상을 내게 된 것이다. 기분 좋게 휴가를 마무리 지으려는 우리의 뒷골이 갑자기 서늘해졌고, 이게 뭔가 하면서 서로를 바라보며 말을 잃고 약 삼분간 서있었다. 계약서를 자세히 보니 모두 적혀있었고, 떡하니 내가 이니셜을 쓴 옆부분에 깨알같이 가격이 기입되어 있었다. 아 내가 더 미워지는 순간이다. 렌트를 그동안 여러번 했었는데, 별 문제가 없었기에 내가 나이브하게도 잘 확인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같은 순간, 바리따씨도 “나라도 꼼꼼히 봤으면 됬을텐데” 하며 힘없는 표정을 하고 있다. 차가 바뀌었을 때라도 잘 읽어봤으면 좋았을것을!! 우리는 꼼꼼한 부분에 대해서는 둘다 꼼꼼하고, 놓치는건 둘다 놓치는, 그런 경우가 많은 부부다. 내 사인이 대문짝만하게 되어있으니, 누구를 원망하랴. 언쟁을 포기하고 인생의 교훈으로 남겨두기로 한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렌트카 계약서 사인할 때 꼭 꼼꼼히 읽으시고 이런 경우를 겪지 마시길.

즐거운 휴가를 이렇게 마치고, 찜찜한 마음을 약간 얹어서 뉴웍 공항으로 돌아왔다. 희안하게도 우리가 올랜도행 비행기를 타기위해 들어갔던 바로 그 게이트로 나오게 되어서, 나오는 바로 그 순간 지난 일주일 동안의 휴가가 마치 꿈같이 느껴졌다. 꼭 안간것처럼. 수미상관의 완성을 위해 토속촌에 다시 가서 국밥을 먹고, 한인마트에 들러 산 꿀떡을 꼭꼭 씹어먹으면서 집에 돌아왔다. 아, 역시 이곳은 아직 겨울이군. 봄이되면 어딜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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