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놀기

제주도 (7.13.2018 - 7.16.2018)

바리따 2018. 7. 18. 16:01

지난 일년동안 공주, 부여, 전주, 군산, 안동 등지를 갔는데 게을러져서 써두질 않았다. 이번에는 시간이 많이 지나기 전에 써두기로 결정하고, 이 무더운 날에 책상에서, 카페에서 이 여행기를 쓰기로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3박 4일의 여름 휴가를 제주에서 보내기로 하고, 언제 휴가 가나 하고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니 어느새 휴가가 다가왔다. 휴가지에서 입을 티셔츠 (야자수 비슷한 나무가 그려진 흰색 반팔티) 와 책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을 한권 사고, 그 외의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제주로 출발했다.

몽상드애월

청주공항에서의 인상적이지 않은 탑승을 마치고 제주에 도착했다. 야자수를 보면서 신이 났지만, 무척이나 더웠고 우린 아무런 계획도 없었다. 렌트카를 받아서 근처의 돌하르방 식당에서 각재기국을 먹은 후에 간단한 쇼핑을 위해 일단 공항 근처의 동문시장으로 향했다. 이상과 현실의 재래시장은 다른 법, 크기에 비해 별로 살만한 것이 없었다. 근처의 쇼핑거리로 걸어나와서 해변을 위한 옷과 샌달을 구입했다. 나는 심사숙고 끝에 거금 사만원 짜리 사눅샌들을 구입했는데, 그야말로 작은 사치라고 할 수 있겠다. 오래오래 써야지 하고 내 사치를 정당화했다.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지만 핫하다는 애월읍 쪽을 탐방하기로 하고 흔히 GD카페라고 하는 (그리고 지금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몽상드애월에 갔다. 대부분의 관광지가 그러하듯이,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서 방문한 많은 사람들이 사진 찍고 서성이는 그런 카페였다. 카페 앞의 전망은 괜찮았는데, 그나마도 이제는 옆에 새로 생긴 하이엔드라는 카페에서 더 좋은 전망을 즐길 수 있을 것 처럼 보였다. 그렇게 관광객들을 조금 구경하고, 주변 경관을 좀 보다보니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어 바리차가 추천받은 오르다 키친에 가서 문어튀김과 전복게우밥 (28, 15 정도로 기억) 을 먹었다. 앞으로도 이 표현이 많이 나오겠지만, 맛이 없진 않았는데 가격만큼 인상 깊은 맛도 아니었다. 작년 요맘때에 먹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문어 요리가 그리워졌다.

밥을 먹고, 제주도에서 유일한 라이브 재즈 공연을 한다는 Take Five 에 갔다. 여기도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서, 많은 고민 끝에 그래도 여행을 왔으니까! 라는 객기로 방문했다 (공연비 15 에 기네스 한잔이 13, 뉴욕 블루노트에서 봐도 비슷한 비용이지 않을까). 그래도 공연장과 공연은 괜찮았다. 박기훈 quartet의 공연이었고, 알만한 standard 들과 본인의 자작곡을 섞어서 공연하였다. 특히, 박기훈 연주자 본인이 연주하는 색소폰을 메인으로 하는 아련하고 약간은 슬픈 느낌의 자작곡들이 괜찮았다.

공연을 다 보고 서귀포에 있는 숙소인 비스타케이호텔 천지연로 이동했다. 프로모션 요금으로 방을 빌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시설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관리가 잘안된다는 느낌. 호텔 건물 자체의 문제가 아니고 운영의 문제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오르다 키친에서 먹은 것들

아침식사로 숙소 근처 멘도롱해장국에서 겡이국 (작은 게를 갈아넣은 미역국으로 이해했다)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시원하고 맛있는 미역국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에 이중섭 미술관 및 거리가 있어 십분정도 걸어서 미술관으로 향했다.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이중섭의 소 그림은 아는 걸로 보아 유명한 화가임이 분명하다는 그런 얘기를 하면서 미술관의 작품들을 감상했다.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봤던 기억이 나는 작품들 이어서 친숙하게 볼 수 있었다. '게', '황소', '가족' 등등의 소재를 다룬 따뜻한 느낌의 작품들 이었다. 황소와 가족은 익히 들어서 알겠는데, 게는 어떤 포인트인지 궁금했다. 게는 제주와 관련되어 있어서 자주 사용한 모티브인지? 멋들어진 근처의 산책길과 가족들과 4년간 함께 살았다는 생가의 방한칸을 둘러보고, 마그넷을 하나 샀다. 저렴해서 기뻤다. 이번에 제주에 와서 무언가가 저렴하다고 느꼈던 것은 아마 이거 하나이지 않았나 싶다.

더위를 피해 커피를 마시러 갔다. 카카오맵을 켜고, 커피를 검색하니 뷰가 좋다고 하는 Over the window 라는 카페가 나왔다. 땡볕 아래에서 오분을 걸어 가게에 도착했더니, 진이 다 빠진것 같았다. 두개의 층을 사용하는 넓지 않고 전망이 괜찮은 카페였다. 다만 개점 시간 근처에 가서인지 손님이 별로 없어서 조금 쌩뚱맞은 기분이었다. 제주에 가면 박작박작 하고 줄서서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꽤 겁을 먹고 왔는데, 막상 우리가 간 곳마다 한적해서 조금 맥이 빠졌달까. 붐비면 붐비는게 싫고, 조용하면 조용한게 싫은 간사한 마음이여.

커피를 마시며 친절한 카페 주인장님께 제주의 해수욕장을 추천해달라고 하니 개인적으로 김녕해수욕장을 좋아한다고 하셨다. 해수욕장 얘기가 나왔으니 바닷가에 가자고 결정하고 나름대로의 이유로 협재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왜 김녕을 추천받고 협재로 향했는가? 주인장님은 여기 사시는 분이니 아무래도 조용한 곳을 좋아하실거라는 추측을 했다. 그래서 철저히 개인적으로 더 많이 들어봤던 협재로 결정)

한시간여를 달려서 협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얼마간 떨어진 도로 변에 주차를 하고 대체 누가 요금을 받는건진 모르겠지만 다들 지불하는 파라솔 대여비 15 를 지불하고 나서 비로소 해변에 누울 수 있었다. 너무너무 더웠다, 뜨겁고 후덥지근하고.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오래간만에 파란 바닷물을 보고 물속에서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니 후덥지근해서 축 쳐져버린 나쁜여름이 아니고 신나고 에너제틱한 좋은여름을 지나고 있는 것 같았다.

바닷가의 로망인 파라솔 아래에서 통닭 한마리와 맥주 한캔을 곁들이고 나서, 독서를 해볼까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으나 도저히 책을 읽을 수 있는 날씨가 아니었다. 더위를 해소하기 위해 수영복을 입고 물속으로 들어가 체온을 진정시키고 "나는 여름을 즐기고 있다" 모드로 들어갔다. 더위가 시작된지 얼마 안되서인지 수온은 상당히 차가웠다. 그렇게 피서를 하다보니 더운데 혼자있는 바리차를 그냥 둘 수가 없어서 억지로 래쉬가드를 하나 사주고 같이 바닷물에 들어갔다. 다음 번에 바닷가에 올 때는 개인 돗자리 및 파라솔 (아니면 그냥 큰 우산), 그리고 튜브를 가져오기로 했다.

수영을 하고 십분정도 운전해서 면 뽑는 선생, 만두 빚는 아내라는 만두전골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실내는 가정집 같았고, 소고기 수육과 만두전골, 마지막으로 면을 넣어서 끓여먹는 2인 세트가 37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주 깔끔한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미스터 션샤인을 보면서 Zzz...

함덕 해수욕장의 해지는 모습

이틀을 돌아다녀본 결과, 낮에 실외를 돌아다니는 것은 이 날씨에 현명한 휴가를 보내는 방법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오설록 티뮤지엄에 가기로 하고 가는길에 영실국수 라는 곳에서 돔베고기와 회국수, 고기국수 세트를 먹었다.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 맛이었다.

티뮤지엄이라기 보다는 카페 및 머천다이즈 라고 불러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주변의 차밭은 보기 좋았으나 걷기는 힘든 날씨였고, 에어콘 바람을 쐬며 녹차 아이스크림과 롤케익을 먹으면서 사람 구경을 했다. 제주에 와서 갔던 어떤 시장보다 와글와글했다. 녹차 아이스크림은 달지 않고 녹차 맛이 진해서 맛이 있었다.

호지차밀크스프레드를 하나 사고 (집에 와서 먹어보니, 녹차밀크스프레드보다 취향에 맞았다) 주변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가 나왔다. 이니스프리 상품을 판매하고, 카페가 같이 있는 형식인데 티뮤지엄의 카페보다 더 나은 것 같았다. 샌드위치들과 음료들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다만 우리는 방금 디저트를 먹었기 때문에, 화장품을 둘러보다가 비누만들기 체험을 하기로 결정하고 패키지를 구입해서 비누베이스를 조물락 조물락 거렸다. 바리차는 머리만 큰 바리따 비누를 만들었고, 나는 동그란 풀잎모양의 얼굴과 길쭉한 풀잎모양의 팔을 가진 괴기스러운 제주의 수호귀 및 한라산 비누를 만들었다. 유치원생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으로 즐겁게 놀았다.

다시 어른 모드로 돌아와야지 하면서 한시간 거리의 맥파이 양조장 & 탭룸으로 향했다. 이태원의 맥파이 수제맥주 집에 대해서는 들어본적이 있지만, 실제로 마시게 된건 처음이다.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미국 어디에선가 봤을법한 브루어리 및 힙한 펍의 친숙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다만 투어 가격 20 (시음+투어+맥주한잔) 은 비싸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일년만에 10이 20으로 가격이 오를수 있는지.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오는 손님이라면 상당한 충성고객으로 생각할 수 있을텐데, 투어비를 비싸게 받는 것은 상당히 안좋은 경영전략이라고 생각했다.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시간이 많이 남아서 먼저 맥주를 한 잔 마셨다. 바리차는 땅꼬마 라는 땅콩 맛이 많이 나는 에일을, 나는 벨지안 IPA인 세인트를 마셨다. 오래간만에 마신 상당히 특색있는 맥주들 이었다. 땅꼬마는 땅콩 음료 같기도 했고, 세인트의 경우는 IPA 답게 썼지만 향긋하고 기분좋은 씁쓸함이었다.

투어를 시작한다고 해서 가보니, 마침 그 시간에는 우리 둘 밖에 신청한 사람이 없었다. Private tour를 받는 행운을 갖게되서 기분이 좋아졌다. 양조장이 그리 크다고 느끼진 않았는데 모든 생산을 거기서 한다고 했다. 맥주에 대해 궁금한 것을 아낌없이 물어보면서 원래 30분이었던 투어시간을 한참 넘어 거의 한 시간 동안 친절한 투어를 받았다. 헤헤. 마지막으로 시음을 하는데 베이스 맥주들 - 쾰쉬, 페일 에일, 포터, 아이피에이 - 들은 스탠다드 했지만 퀄리티가 느껴지는 깔끔한 맥주들이었다. 판매 가격은 모르지만 크게 비싸지 않다면 종종 마셔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코제 라는 종류의 아주 신맛의 맥주를 맛봤는데, 특이했다.

투어를 마치고 베지 피자 (16) 를 먹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먹은 피자 중 가장 맛있었던것 같다. 한국에서 먹은 피자들은 (물론 대부분이 체인점의 피자들이다) 여러가지 소스의 맛있지만 잡다한 맛들이 섞인 정신없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피자가 대부분 이였는데, 단순한 미국식 피자가 그립다면 추천할만하다.

윗쪽으로 올라온 김에 다른 해수욕장을 구경하기 위해 함덕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대단히 가족적인 (= 아동 친화적인) 협재와는 달리 함덕 해수욕장 앞은 여타의 해수욕장 앞과 같이 내가 친숙한 먹고 마시자 느낌이 났다. 그런 분위기를 조금 즐기면서 걷다가 닫기 직전의 플리 마켓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우리 부부가 허버리 바지라고 부르는 모양의 바지 하나를 선물받았다. 해 지는 것과 바다를 조금 감상하고,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김녕해수욕장도 가보기로 했다. 이십분쯤을 이동하다보니 해가 져서 어두워져 김녕해수욕장을 잘 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 앞의 커다란 풍차 (풍력발전을 위한) 가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밤바다를 조금 보다가 숙소에 돌아와 허기를 달래려 컵라면+삼각김밥 (역시 야식의 진리 중 하나) +후랑크소세지바 (얘는 좀 아니다) 를 먹고 프랑스 v.s. 크로아티아의 월드컵 결승전을 보면서 잠에 들었다.

아 그리고 글을 쓰다가 까먹을뻔 했는데, 이날이 내 37번째 생일이었다. 맥파이 브루어리 티셔츠와 허버리 바지를 선물로 받았다. 사실 한달 전에도 생일선물 명목으로 등산화를 선물받았다. 그리고 제주여행 스탬프를 찍은 기록지에 쓴 편지를 바리차에게 받았다. 꽤 거하게 선물을 받았다.

어느덧 마지막 날. 날은 한층 더 더워지고, 슬슬 돌아갈 채비를 하는 우리의 마음은 무거워져만 간다. 오늘은 간단하게 사려니숲길을 걷고 월정리 해변에서 남은 휴가를 보내기로 한다. 그 전에, 아침을 먹어야지.

아침 식사를 위해 그동안 숙소 앞에 있어서 경시했던 네거리식당으로 갔다. 수요미식회에 나와서 유명세를 타서 사람이 항상 많았지만 우리는 숙소 바로 앞이라는 이유로 별로 신경쓰지 않고 다녔는데, 마지막 날이 되서야 비로소 먹고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 아침 열시라는 애매한 요일의 시간대에 갔는데도 불구하고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먹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현지인으로 보이지 않고 여행객이었기에 큰 기대를 버리고 갈치구이 (25) 와 갈치국 (15) 을 주문했다. 갈치구이는 살이 통통하고 잘 구워졌지만 비싼 가격만큼 맛의 차이가 느껴지진 않았다. 갈치국은 시원하고 칼칼해서 맛이 있었다,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은 깔끔한 맛이었다. 그렇지만 전반적인 수준이 가격에 합당할만큼이라고 생각되진 않았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번 여행동안 그런 기분을 들게한 음식은 많이 없었던것 같다. 이래서 국내여행 두번갈 것을 아껴서 해외여행 한번 가는게 아닐까 싶었다. 맛집이라고 알려진 식당의 향토음식은 맛있지만 평소에 먹는 한식과 크게 다르다고 할 수는 없고, 가격은 중고급레스토랑에 필적한다. 약간 맛있는 맛을 제외하면, 서비스나 신선함은 고급레스토랑에서 기대하는 것에 크게 못미친다. 식당을 하시는 분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이라고 문제를 단순화 시켜 넘겨버리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이 간극의 원인은 뭘까?

아침 식사를 마치고 사려니숲길로 이동하여 산책을 했다. 그늘임에도 불구하고 공기가 후덥지근하여 많이 걷긴 힘들었다. 삼나무 아래에서 툭닥툭닥 거리면서 사진을 찍고, 산책을 하고, 더위를 타면서 그렇게 한 시간 반쯤을 보내고 핫플레이스를 찾아 월정리 해변으로 이동했다.

역시 듣던대로 카페가 많았다. 창가 자리가 빈것을 확인하고 모래비 카페라는 곳의 창가 자리에 의자 (미국에 있을 때 집에서 사용하던 바로 그 이케아 Poang 의자!) 에 앉았다. 윗통을 벗은 몸좋은 청년이 인도 근처에서 선탠하는 모습 (우스운 모습이었다)도 보고, 가을 여성 의류 사진 촬영을 하는듯 보이는 일반인 모델 (중국인으로 보였다. 무지 더웠을듯) 도 보고, 열심히 사진 촬영을 하는 어린 관광객들의 모습도 보고, 사람 구경을 하면서 하염없이 앉아있었다. 사람 구경이 지겨워지면 비로소 힘들게 가져온 책을 읽었다. 담담하게 잘 읽히는 책이어서 백 페이지 정도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 여행의 끝자락을 월정리의 바닷가 모습과 함께했다. 마음에 드는 여유로운 여름날의 모습이었다.

마지막 식사로는 흑돼지 구이를 먹기로 했다. 처음으로 찾아간 집에서는 반근을 시키려고 했으나, 반근은 추가할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해서 그냥 나왔다. 어차피 부족하면 알아서 한근을 시켜먹을텐데 소비자의 선택을 이런 형태로 제약하는 것은 별로 좋은 판매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얼마남지 않아서 규모가 커보이는 제주몬트락 제주본점에 갔다. 가게에 들어갈 때 부터 체인점의 느낌이 물씬 나더니, 맛도 그랬던 것 같다. 실패할 수 없지만 특별하지 않은 맛이었다. 솔직히 나는 흑돼지 오겹살과 일반 오겹살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아마 모르는 채 두개를 먹는다면 필시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렌트카를 반납하기 전에 기념품으로 오메기떡을 사고, 특별한 일 없이 보안검색대를 지나서 면세점을 이용했다. 규모는 작았지만,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위스키와 바리차의 새 향수를 살 수 있었다. 그렇게 청주공항으로 돌아왔고, 우리의 여름 휴가를 마쳤다.

사족:

  1. 한 여름의 제주 여행은 힘들다. 함덕이나 월정리 근처의 숙소, 리조트에서 숙박하면서 해수욕과 먹고 마시기를 하는게 좋겠다. 아름다운 뷰와 함께 카페에서의 독서도 괜찮다.
  2. 국내 여행은 기대한 것보다 비싸다. 물론, 다합쳐서 계산해보면 분명 해외여행보다는 저렴할 것이다. 그렇지만 일상에서 벗어난 기분을 위해 여행을 가는걸 생각해보면, 그냥 해외여행을 가고 말겠다는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아니면, 서울 등지의 괜찮은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호캉스' 도 괜찮은 선택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그래도 여전히 제주도는 멋진 곳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너무 기대를 높게 갖지 말고 (가면 무조건 멋지고 다 훌륭할거라는 비현실적인 기대), 원하는것을 확실하게 (관광지를 갈지, 액티비티를 할지, 무엇을 하는게 즐거울지) 해두고 가는게 좋겠다. 숙소는 서귀포보다는 제주시 근처가 좋겠다. 첫 제주 여행이 아니다보니, 서귀포쪽의 관광지를 대부분 가본 상태라서 서귀포쪽에서 간 곳이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