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놀기

일본 간사이 지방 (12.25.2018 - 12.30.2018) 1부

바리따 2019. 1. 3. 17:37

12/25 화요일, 오사카

성탄절 아침. 7시 비행기를 타기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칼바람을 헤치고 청주공항으로 향했다. 별거없는 공항에서 룰루랄라 기다리다가 비행기를 타고, 예정시간 1시간 50분보다 훨씬 빠르게 (1시간 10분?) 간사이 공항에 내렸다. 우리 부부가 늘상 겪는 것처럼 입국심사가 매우 수월하진 않았으나, 여차저차 입국에 성공하고 고속전철 라피트를 통해 오사카 난바 역에 오전 10시쯤 도착했다. 난바 역은 참 컸다. 모처럼 외국에 온것에 (그리고 일본에 온것에) 신이나서 난바 역에 내려 신사이바시 역 근처에 있는 숙소까지 걸으며 쇼핑거리를 구경했다. 아침 식사는 간단한 식당처럼 보이는 요시노야에 들어가서 계란생강우동과 유부우동을 먹었다. 도톤보리도 보고 신나게 다니면서 첫날 숙소 New Osaka Hotel에 짐을 맡기고 다시 나왔다. 숙소는 뭐 so so 였지만 위치는 좋았다.

공들여 그려준 라떼아트

커피를 한 잔 할까 하고 주변을 보다가 Streamer coffee company에서 식사 가격에 맞먹는 가격의 라떼를 홀짝홀짝 들이켰다. 맛은 있었다. 라떼를 먹으며 창가에 앉아서 일본 사람들 (오사카 사람들?)의 패션을 구경했다. 예쁜 사람,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자전거를 타고 유유자적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참 마음에 들었다. 커피를 마시고 다시 제대로 구경을 하기 위해서 도톤보리 쪽으로 걸었다. 구제 옷들을 파는 가게가 많은 것이 눈에 띄었다. 도톤보리에서 다들 찍는 글리코상과의 사진을 찍고, 점심을 먹기위해 근처 식당들을 둘러봤다.

우리 부부는 어디서 먹을지 정하는데에 한시간이 걸리는게 예사다. 결정을 못한다기 보다는 눈에 드는 가게를 찾기가 어렵다. 여행지에 왔으니, 너무 뻔한데는 안가고 싶다 (예를들어, 체인이라던지). 또 한국 블로그에 (한국 블로그에서만) 맛집이라고 불리우는 곳은 안가고싶다, 즉 현지인이 먹는 곳에 가고싶다. 만든지 얼마안된 예쁜곳 보다는, 가게를 운영한 세월이 어느정도 되서 가게의 특색이 선명하게 보이는 그런곳에 가고싶다. 너무 비싼덴 안가고싶다. 눈을 크게 띄울만한 그런 새로운 요리를 친숙한 일본요리에서 찾을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건은 많고, 눈을 낮추기는 어렵다. 그래서 헤매다가 도저히 골치가 아파서 안되겠다, 싶을때 그냥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눈앞에 보이는 적당한 곳에 들어가기 되는것이 우리의 패턴이다.

그렇게 헤매다가 교토카츠규 난바점에 들어가서 규카츠를 먹었다. 규카츠는 처음 먹어보는 것이였는데, 미디움 스테이크에서 바삭한 겉면을 튀김으로 대체한 그런 맛이었다. 내 메뉴에는 생계란을 줘서 나는 생계란에 찍어 먹었다. 좀 느끼했지만 괜찮았다. 바리차의 경우에는 미니화로를 따로 주는 메뉴를 선택해서 규카츠를 거기에 추가로 구워먹었다. 이쪽이 더 맛있었음. 총평하자면, 어쩌다 한번 먹으면 맛있는 맛. 이주일에 한번 이상은 선택하지 않을 맛이었다. (그러기에는 조금 느끼함)

밥을 먹고 구로몬 시장을 구경했다. 이런저런 요리도구, 길거리 음식들이 많았다. 계절이 겨울인만큼 해산물을 구워서 (조개 관자라던지, 통오징어 등등) 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 번화가에 있는 시장답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광객처럼 보였다.

오사카 성은 둘다 오래전에 가보았고, 딱히 명승지에 갈 생각이 없던 우리는 뭘 해야할지 고민하다가 돈키호테에 갔다. 돈키호테를 가보지 않은 이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내가 느끼기에는 그냥 만물상 같은 곳이다. 아랫층에는 스낵/쿠키 등의 먹을거리, 화장품 등이 있고, 윗쪽 층에는 전자기기 같은 것이 있었던것 같다. 플스4랑 스위치를 팔길래 충동구매를 30초정도 고민하다가, 아 이건 아니지 하고 마음을 접기위해 노력했다. 바리차는 여행 첫날부터 직장 동료들에게 줄 기념품을 구입했다 (그리고 건물에서 나오자마자 그 짐을 들고 왜그랬을까 후회했다).

급피곤해진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아침 4시에 일어나는건 일년에 두세번 있는 일이다) 휴식을 취하고, 저녁을 먹기위해 다시 나섰다. 저녁은 야키토리 집에 가서 맥주와 꼬치구이를 먹기로 정했는데, 위에 설명했듯 갈곳을 정하는데 또 어려움을 겪었다. 나는 맛집을 검색하기 위해 현지인이 사용한다는 타베로그라는 웹사이트를 참조할 생각이었는데, 이게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기가 조금 불편해서 순조롭지가 않았다. 결국 또 정처없이 걷다가, 여기 분위기가 괜찮군 하고 좁은 문의 가게에 들어갔다.

이 글을 쓰면서 가게 이름을 찾아봤다. 타카토리 (たか鳥) 신사이바시점이라고 한다. 들어가서 보니 대부분 현지인처럼 보여서 마음에 들었는데, 문제는 일하는 분들과 영어로 의사소통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쪽도 영어로 이야기해야하는 우리가 좀 부담스러워 보였다). 여차저차 다찌석에 앉아 연골튀김, 닭안심을 살짝 익힌 구이요리, 닭고기파 꼬치구이와 생맥주를 시켰다. 기본 안주로 손가락 두개만큼 닭고기 요리가 나왔는데, 테이블 차지와 기본 안주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주문이 잘못들어간거 아닌가 왈가왈부를 벌이며 맥주를 마시면서 다른 요리가 나오길 기다렸다. 이 가게는 전반적으로 나쁘진 않았는데, 실망스러운점은 첫째로 요리가 너무너무 오래 걸렸고 (위와 같은 간단한 요리가 나오는데 30분 정도 걸린듯하다. 근데 다른 손님들은 별로 내색을 안하는거 보니 이게 보통인가?), 이건 이 가게의 문제는 아니지만 흡연이 가능하다보니 바리차가 불편해보였다. 마지막으로, 요리하나가 들어가지 않아서 거의 한시간이 걸려서 먹을 수 있었다. 그래도 생맥주는 맛있었다. (근데 다녀보니까 생맥주는 다 맛있더라)

70%만 만족하고 나온 우리는 뭘 더 먹기위해 또 돌아다녔다. 길거리음식을 뭘 더 먹은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난다. 다음날은 고베로 떠나야 하므로 쉬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밤에 도톤보리는 정말 사람이 많았다. 여기가 놀이공원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조명 장식이 된 오사카 시내

12/26 수요일, 고베 (아리마 온천)

이번 일본 여행은 우리에게 한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2013년 12월 뉴욕주 알바니의 반즈앤노블에서 내가 읽던 하루키의 수필집의 여백 한부분에 당시로부터 5년 뒤인 2018년 12월 말경에 일본 료칸으로 여행을 갈것을 적어둔 것이다. 당시는 결혼을 하기도 전이었는데, 5년이 매우 먼 미래로 느껴졌던 우리는 재미로 이런 약속을 적었고, 약 2016년 정도부터 우리는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하고 노심초사했다. 하늘이 보우하사 약속을 어기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정확하게는 12월 28일에 료칸에 있을 것을 약속했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그 날은 너무 비싸서 26일로 사소한 일정 변경을 했다).

그래서 료칸이다. 오사카 근처의 료칸. 아리마 온천이 유명하다고 해서 그곳으로 간다. 알아보기도 골치아프고 유명하다고 하니까 (왜 유명한지는 모른다) 그냥 간다. 료칸에 갔으니 가이세키 요리 (일본식 정식요리) 도 먹어야지. 평소라면 생각도 안할 금액을 지불하고 예약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곳을 가게 되었다.

일단 고베로 가기위해 우메다 역으로 갔다. 아침을 먹고자 카페를 찾았는데, 마침 지하철 역에 친숙한 딘앤델루카가 있었다. 아보카도 토스트와 커피를 먹었는데, 아보카도 토스트가 매우 맛있었다! 버터향이 은은하게 나는 잘 구워진 빵에 계란흰자와 레몬즙을 넣은 아보카도를 발라서 나온 토스트였는데 맛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가격대성능비 라던지 기대치를 실제가 얼마나 넘어서는가 하는 잣대로 보았을때 이번 여행에서 최고의 요리는 이 아보카도 토스트인것 같다.

아침을 만족스럽게 해결하고, 고베 산노미야역으로 왔다. 고베규를 먹을것인가에 대해서 전날 하루종일 토론한 끝에 (1) 그 돈에 걸맞는 놀라운 경험일까에 대한 확신없음 (너무 느끼한건 싫다), (2) 예약이 필요한데 하지않음, (3) 이름만 고베규인것은 먹기싫음 등의 이유로 먹지않기로 결정하고 근처의 유명 라멘집인 미나토켄에 갔다. 모 프로그램에서 연예인 조세호씨와 남창희씨가 다녀가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유명하다고 한다. 아무튼, 차슈를 얇게썰어서 라멘그릇 주변으로 둘러주는 눈꽃차슈라멘을 먹었다. 맛은 뭐, 그냥 라멘이랄까. 그래도 일본라멘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맛있게 먹었다, 그래도 약간 느끼했다. 뭐 어딘가에서는 그럴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부터는 유명 라멘집을 가도 다 비슷비슷한 느낌이라 크게 감명받지는 않는 편이기는 하다.

라멘을 먹고 "유럽풍의 이국적인 마을"이라고 하는 기타노이진칸에 갔다. 그냥 산책코스로 괜찮았다 (= 많이 특별한건 없지만 조용하게 걷기는 괜찮다) . 지역 윗쪽에 작은 신사에 들어갔는데, 일본의 신사에 처음 가다보니 신선했다. "너의 이름은" 같은 애니메이션이 떠오르기도 하고. 오래된 건물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료칸에 가기위해 산노미야 역으로 돌아와서 고속버스를 30분 정도 타고 아리마 온천에 도착했다.

아리마 온천은 온천이 있는 작은 마을이다. 예쁘다. 남는 시간에 크게 할일은 없어보인다. 그냥 온천하고 쉬러 와야한다. 우리가 묵을 모토유 고센카쿠는 기차역 (그리고 버스역) 에서 10분 거리에 있지만 오르막이 있어서 캐리어를 가지고 도보로 가긴 어렵기 때문에 호텔에 셔틀버스를 보내달라고 전화를 해야했다. 핸드폰 로밍을 안했기 때문에 십오년만에 (군대 훈련병때 이후로) 역의 공중전화를 사용해서 전화를 했다. 공중전화가 아직 있는 것도 놀랍다.

료칸이 높은 곳에 있어서 로비에서 보이는 전경이 탁 트인것이 참 좋았다. 꽃이 핀 봄이나 단풍이 든 가을에 다시 오고싶은 생각이 벌써 들었다. 안내를 받아서 우리가 묵을 다다미 방에 들어갔다. 생선요리 냄새가 은은하게 났다 (기대와는 다르게), 아마도 가이세키 요리 때문이겠지. 이 냄새가 복도에도 베어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생각했다. 그래도 환기를 더 잘시켜줬으면 좋았을것 같다. 방을 구경하며 잠시 기다리자 직원분이 와서 저녁식사와 온천 사용법 등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료칸 기분을 내기위해 유타카를 입고, 한 시간 정도 남은 저녁식사를 기다리며 료칸 구경을 했다.

우리 식사는 6시 30분으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6시 20분 정도가 되니 벌써 서빙할 준비를 하기위해 직원분이 왔다. 기다하던 가이세키 요리를 먹으려는데 사소한 문제가 있었으니, 점심에 라멘을 먹은 후에 배가 계속 더부룩했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김치랑 김이랑 밥을 반공기만 먹고 싶었다. 그런 기분에 이런 정찬요리를 먹은게 참 아쉬운 일이지만 뭐 어쩌겠는가. 세상 일이 항상 마음대로 되는건 아니니까. A4용지 한가득 세로방향으로 일본어로 저녁식사에 나올 요리들이 적혀있었다. 첫 서빙으로 회 몇점과 몇개의 단 절임반찬, 두부, 무와 오뎅등이 들은 탕 (오뎅탕?) 등이 나왔다. 내 상태가 메롱이어서인지 기대에 걸맞는 눈이 크게 떠지는 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힘겹게 접시들을 모두 비우고, 우리는 혹시 이게 다인가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토론을 벌였다. 첫 서빙이라기엔 벌써 배가 불렀던 것이다. 입을 씻기위해 왠만하면 먹지 않았을 미니바에 있는 맥주도 꺼내 마셨다. 다 먹고 오분 정도 있으니, 다음 서빙을 가져다 주었다. 쇠고기 샤브샤브와 데리야끼구이 비슷한 생선요리였다. 배가 너무너무 불렀지만, 다음 가이세키 요리는 기약이 없으므로 또 열심히 먹었다. 다음 서빙은 밥과 삶은 두부, 감자완자 요리였다. 아, 이제 끝이 보이는구나 하면서 먹었다. 배가 불렀지만, 어찌저찌 또 밥은 들어갔다. 어쩌면 배가 불렀다기 보다는, 달고 느끼하고 짠 일본식 간에 벌써 물렸던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디저트 푸딩을 먹었다. 성취감을 느끼며 다 먹었다. 배가 적당히 고픈 지금 다시 먹어보고 싶다. 지금 먹으면 좀 더 맛있을것 같다. 샤브샤브와 두부요리, 생선요리는 모두 작은 화로를 이용해서 따뜻하게 먹을 수 있었는데, 이걸 하나 사올까 하고 욕심이 났다 (귀찮음을 못이겨 사오진 못함).

첫번째 서빙

배가 터질듯한 상태에서 온천으로 갔다. 정말 오래간만의 대중탕이었는데, 나도 아저씨가 다된건지 참 좋았다. 료칸 아랫쪽의 나무들이 보이는 탕이었는데, 크기가 크진 않았지만 아늑하고 좋았다. 특히 "금탕"은 흙탕물 같은 빛깔의 노란색 아주 뜨거운 물이었는데, 일종의 노천탕이었다 (다만 밖에서 보이는것을 우려해 큰 가림막을 설치했다). 흙탕물과 비교하니 좀 그렇지만, 여기가 제일 좋았다. 진짜 자연 온천수인것 같기도 하고, 얼굴은 찬바람을 맞으면서 몸은 뜨끈뜨끈하니 기분이 좋았다.

12/27 목요일, 다시 오사카

노곤노곤한 몸을 깨워 8시30분으로 정해둔 아침을 먹기 전에 한번 더 온천욕을 하기위해 탕으로 갔다. 역시 밝을때 가니 바깥이 더 잘보여서 좋았다. 겨우 하루만 묶는게 조금 아쉬웠다, 역시 겨울은 온천인가보다. 빠르게 목욕을 마치고 방에 돌아와서 아침식사를 했다. 아침 메뉴는 생선구이와 계란말이, 미소 된장국이었던것 같다. 저녁식사에 비해 훨씬 무난무난 해서인지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료칸 주변을 산책했다. 겨울이다보니 특별히 예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일본 정원 특유의 깔끔하게 정돈된 산책길을 걸으며 기분 좋게 우리의 짧은 료칸 경험을 마쳤다.

아침식사

료칸에서 나와서 아리마 온천 마을을 잠시 둘러봤다. 그냥 자그마한 마을인데, 아기자기하니 걷는 맛이 있다. 여행을 가서 항상 구입하는 마그넷을 사기위해 쇼핑을 좀 하고, 간사이 쓰루패스를 사용해 지하철을 타고 다시 고베 산노미야역으로 돌아왔다. 점심식사를 위해서 야스상(安さん - 안선생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라는 스시집으로 갔다. 각자 이천엔짜리 정식을 시키고 이 가게에서 유명하다는 김초밥을 추가로 주문했다. 깔끔하니 맛있는 초밥이었다. 특히 김초밥은 달짝지근하게 볶은 버섯이 많이 들어있고 두터운 특징있는 메뉴였다.

생각해보면 무려 구천원짜리 김밥이다

식사를 마치고 오사카로 돌아와서, 신사이바시역 근처에 있는 오늘 묵을 숙소 호텔 빌라 퐁텐 오사카-신사이바시에 짐을 맡겼다. 첫날 묵은 숙소와 큰 차이는 없지만 약간 더 깔끔했다. (반은 의도적으로, 반은 귀찮아서) 여행 계획을 안짜고 왔더니 딱히 할일이 없었다. 도톤보리는 벌써 지겨웠던지라 우메다에 가서 유니클로와 아웃도어 용품점을 둘러봤다. 가게는 참 많았고, 좋은 물건들도 많았는데 세일하는 품목이 거의 없어서 별로 구입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나다니며 보니 파타고니아를 참 많이 입던데, 다들 정가를 주고 구입하는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일본에 왔으니 여기껄 하나 사자하고 몽벨에 들어가 바리차가 골라준 헌팅캡 모양의 모자를 하나 샀다. 귀를 덮을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목적없이 백화점들을 걷다보니 금새 피곤해졌다. 우리 부부는 백화점이라는 공간에 별로 맞지 않는 편이다. 30분만 있으면 금새 지치고 피곤해한다. 저녁은 어디서 먹지? 라는 세기의 난제를 다시 풀어야 하는 시간이 됐다. 30분간의 시행착오 끝에, 쇼핑몰 루쿠아 지하의 푸드코트 (kitchen & market 라고 한다) 에서 샐러드와 돈까스, 주먹밥을 사와서 테이블에 앉아 생맥주와 함께 먹었다. 식사를 하면서 사람들을 구경했다. 직장인들이 회식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백화점 푸드코트에서의 회식이라.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오사카의 마지막 밤을 어떻게 보낼까 하고 고민하다 라이브 재즈공연을 하는 바에 가보았으나 공연이 없거나 공연비가 예상보다 비싸서 관두기로 했다. 빅카메라에 가서 바리차의 렌즈를 샀고, 다시 정처없이 걸어 다니며 오사카를 구경했다 (정확히는 오사카의 그 사람많은 구역을).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허기진 우리는 오코노미야끼와 맥주를 위해 お好み焼き 京ちゃばな 南船場 라는 오코노미야끼 전문식당에 들어갔다 (난 어떻게 읽는지 모른다). 활기차고 편안한 가게 분위기가 좋았다. 토마토 오코노미야끼를 먹었다. 양배추를 아낌없이 깔아서 만든 오코노미야끼와 생맥주를 맛있게 먹고 내일을 기약하고자 가게를 나섰다.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푸딩과 맥주를 사와서 숙소에서 먹었다 (또 먹었단 말인가, 생각해보니 정말 많이도 먹었네). 푸딩은 맛있었고, 맥주는 우리나라가 더 싸고 종류도 더 많은것 같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