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낙에 멍 때리고 스포츠 보는 것은 잘 하는지라 올림픽이 시작되고 하루 몇 시간은 NBC를 틀어놓고 있다. 아침방송은 코파카바나 해변을 배경으로 전날 메달을 딴 선수들과 인터뷰, 점심 때쯤 수영 semi final 경기, 프라임 시청시간이라고 하는 밤 9시 이후엔 수영 final 또는 비치발리볼 예선, 자정부터는 주로 체조 경기 재방송을 해 준다. 물론 이걸 다 보는 건 아니고, 클래식 음악이라 생각하고 BGM 삼아, 나는 집에서 내 일을 한다.
# 미국도 똑같다. 메달리스트나 메달 가능권에 있는 주요선수 중심의 방송을 한다. 벌써 이번 올림픽 금메달 4개를 딴 넘사벽 수영신 펠프스는 경기장에 걸어들어오는 순간부터 클로즈업 되어, 물 마시고, 입 헹구고, 음악 듣고, 앉아 있고, 마사지 받고, 심지어 자기 경기 모니터링하는 뒷통수까지, 일거수일투족이 전해진다. 여자 펠프스라 칭해지는 레데키 또한 좀 덜하기는 하지만 마찬가지다. 도대체 수영은 언제 끝나나 싶을 정도로... 올림픽은 수영 종목만 있는 것처럼 방송해댄다. 여기에 올림픽 3연속 비치발리볼 금메달리스트
제닝스, 체조계 신예 바일스까지 합세하면 올림픽 방영 시간의 2/3는 가져가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미국 방송에서 한국 선수의
얼굴을 보기란 매우 어렵다. 양궁, 사격, 펜싱? 뭐 이런 거 해 줘야 말이지... 찾아서 하이라이트로 보는 수밖에.
# 미국 올림픽 중계권은 2030년?까지 NBC가 독점으로 따냈다고 한다. 우리 집은 케이블이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진짜 KBS1같은 NBC 방송만 나오는데, 아마 타국 경기는 NBC 산하 다른 채널에서 해 주고 있을 거다. 어쨌건 돈이라는 게 참 좋은 게. NBC는 수영을 막 마치고 들어오는 선수들을 경기장에서 바로 인터뷰하는 '독점권한'도 가지고 있는데, 물을 뚝뚝 흘리고 헐떡거리면서 친절히 인터뷰에 응하는 선수들을 보고 있자면 좋은 성적을 내서 좋긴 하겠지만 좀 안 됐다는 생각이 든달까. 덧붙여, 전세계 시청 시간을 감안한 야간 경기를 진행한다 하지만 '미국인' 프라임 방청 시간대에 '미국의 주종목' 게임을 하는 것도 이게 다 돈 때문이다 라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 (수영에만 한정시키자면) 펠프스가 그 동안 (그리고 여전히) 미친 듯 잘해서 그렇지, 메달권 선수들이 워낙 많아서 종목당 한 명의 미국인은 3위 안에 들어가는 듯 한데. 은/동메달을 따고도 바로(이게 포인트!) 기쁘게 웃는 선수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아직 애기애기 하는 대학생들이 많아서 바리따씨도 '내 수업에 저런 애들 많은데' 라며 한 코멘트 했다만. (실제 UCONN의 여자 농구팀은 전미 1위라, 올림픽 대표팀으로 여러 명이 차출되기도 했다). 경기 전후 모여 까르르 웃기도 하고. 시상대에 올라가 (감동에 겨워) 찔찔 짜기도 하면서... '끝나면 학기 시작하니까 학교로 돌아가야죠' 라고 순딩이처럼 말하는 발 볼그레한 몇몇 선수들을 보면. 초중고 시절 맨 뒷 줄에 앉아 있던 체조부 혹은 농구부 친구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냥 동네동생이 나가 노는 것 같기도 하고. 단지 메달을 딴다 뿐이지.
# 미국 CF엔 우리나라처럼 연예인들이 나오지 않는데, 올림픽 시즌이 되니
출전선수들이 각종 CF를 섭렵했다. 타이어, 초콜릿, 세제 등등. 아는 얼굴이 나오니 광고 보는 재미가 아주 조금 생겼다고나
할까. 미리미리 CF를 착실히 찍은 대표선수들이 참 대단하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명언?이 생각난다.
# 얼마 전 민주당 전당대회에 이어 올림픽은 American exceptionalism의 끝판을 보여주는 듯 하다. 힐러리의 슬로건 strong together는 TEAM USA에 딱 들어맞는 감이 있고, the greatest country in the world 의 레토릭 또한 올림픽에서의 메달수로 따지자면 틀린 말이 아니다. 하도 그레이트 그레이트 하니까 좀 짜증이 나서 '에라이 져 버려라' 고약한 심보 발동. 스포츠는 정치다. 는 말은 흘려넘길 게 아니다.
미국에서의 시간은 펠프스의 금메달 획득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참.대.다.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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