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차씨 방

바리차와 바리따

바리차 2016. 11. 28. 07:18

연애시절 싸이월드에 처음 올렸던 우리 부부의 이야기에 Jack & Jill 이라는 이름을 붙였던 적이 있다. 그 즈음, 방학이 끝나 다시 미국으로 떠나는 남편(전 남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고르던 중 잭앤질 브랜드의 커플 후드티를 사기도 했었고, 그 이름의 배경인 보통의 남자와 여자를 뜻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당시 글을 쓴 의도는 보통의 관계 속에 있는 특별함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쨌건 그 이후. 남편을 아직도 잭이라고 부르는 두 사람이 있는데, 친오빠와 옥포(옥스포드)동 언니다. 들을 때마다 오그라드는 느낌이 있지만 풋풋하기도 한 것 같아서 그냥 웃고 만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만든 우리 부부의 두 번째 닉네임은 바리차와 바리따이다. 블로그를 만들 때 목적 중 하나가 '미국유학생활기록'이었기 때문에 남편을 공동관리자로 등록했다. 그리고 우리 부부의 닉네임을 바리차와 바리따로 붙였다. 블로그를 지난 2월 쯤부터 시작한 것 같은데 한창 겨울이라 늘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웠었다. 그래서 나는 바리차(발이 차)로, 남편은 단순하게 그 반대인 바리따(발이 따뜻해)로 지었다. 심플하지.

다시 동부의 겨울이 시작됐다. 지난 겨울 한국 방문 때, 엄마는 남편과 나를 데리고 단골 한약방에 갔다. 한의사 선생님은 맥을 잡으시더니 나에겐 "어떻게 미동부 생활을 합니까?" 남편에겐 "미동부가 딱이네요" 라고 하셨다. 둘은 결코 같은 곳에서 생활할 수 있는 체질이 아니라고. 춥고 겨울이 긴 미동부에 살아서 안 그래도 찬 내 몸이 더 안 좋아지는 거고, 이 약한 상태로 공부하는 게 신기하다고. 반면, 남편은 몸이 뜨끈뜨끈해서 거기가 딱 맞겠네요. -.-;;; 뭐. 한국(동양) 여자들이야 열에 아홉은 몸이 찬 것 같고, 나는 그 어느때보다 자가진단상 정신/신체 건강이 좋은 것 같았기 때문에 크게 신뢰가 가진 않았다. 웃긴 사실은 미동부에 살면서 나는 항상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집은 따뜻하고, 밖은 장보러 가지 않으면 나갈 일이 없고, 나가도 뚜벅이가 아니고, 한국처럼 패션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곰처럼 싸두르고 나가면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찬 발로 지내는 게 3-4시간은 되는 걸 보면, 닉네임은 적절히 잘 지은 것 같다.

바리따씨와는 그가 잭이었던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게 잘 지내고 있다. 6번의 겨울이 지나는 동안, 바리따씨가 날 정말 미치게 춥게 만들었던 기억은 딱 한 번 밖에 없고, 그 때문에 아- 이 사람과 계속 만나야 하나 고민을 하기도 했었지만 ( ㅋㅋ 미안), 그 기억도 아름답게 포장되도록 (사실, literally 아름다운 기억이다) 지금까지 난로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상호보완에서 상호를 빼도 억울하지 않은 관계랄까.

옥포동 언니에게 닉네임을 설명하고 싶어 쓴 글인데, 결론은 언니 결혼하면 좋아요로 끝낸다. 뭐 아직 신혼인 커플이라도 함께 살아감의 긍정적 메시지를 던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사명감에서 ㅋㅋㅋㅋ 옥포동 언니가 건강한 사람과 함께 건강히 지내면 참 좋겠다. 알 사람은 다 안다는 그지같은 영국의 겨울날씨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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