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차씨 방

오바마 대통령 Farewell speech

바리차 2017. 1. 12. 05:31

어제는 오바마 대통령의 고별연설이 그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서 있었다. 한 보도에 따르면 44명의 미국대통령 중 고별연설을 한 대통령은 오바마를 포함해 13명인데, 그 중 백악관 이외의 장소에서 연설한 대통령은 조지 H.W. 부시와 오바마 뿐이라고 한다. 

생방으로 오바마의 연설을 보는 것은 기사로 보는 것보다 감동적이다. 무슨 말을 얼마나 멋있게 할지 기대도 되는 데다가 지지자들이 대부분 모인 현장의 열기 또한 굉장하기 때문에 미국인이 아닌 나도 벅차오르는 뭔가가 있다. 오바마의 등장 후 환호가 너무 길어지자 그는

We're on live TV here, I've got to move. You can tell that I'm a lame duck, because nobody is following instructions.

라며 농을 친다. 단번에 관중을 조용히 시키는 위트. 역시 오바마구나 싶다.

잘 짜여진 스크립트겠지만, 그의 연설을 듣다 보면, 이론적인 지식과 현장 경험이 풍부한 사회복지학과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다. 현장 경험 없이 쭉 학계에만 있었던 교수님의 수업을 듣다 보면,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는 분석력은 감탄할 만하지만 (이를 테면, 와. 이걸 그런 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니! 뭐 이런...), 진정성이 담긴 통찰력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마음으로 오는 감동은 없다. 반면, 현장 경험만 풍부한 교수의 강의를 듣다 보면, 마음의 감동은 있지만 논리적으로 보면 허술한 구석도 많아서 어느 샌가 그게 왜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따지고 드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오바마의 연설은 내용적 측면으로 봤을 때 크게 깊이 있지 않지만 (당연하다. 대중을 상대로 한 연설이니 되도록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야 한다), 보이지 않는 깊이를 느끼게 하는 분석력, 전문성, 통찰력, 진정성, 더불어 카리스마가 있다. 내가 좀 싫어하는 미국 예외주의 (American Exceptionalism)의 레토릭만 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역대 미국대통령의 연설에서 이 레토릭은 절대 빠질 수 없는 일종의 principle이다. Yes we can의 그의 정치적 슬로건도 사실 이 레토릭 위에 세워진 것이 아닌가.

Four more years!

연설 초반 관중들이 외친다. 소름돋는 순간이다. 부러운 순간이기도 아쉬운 순간이기도 두려운 순간이기도 하다. 후임 대통령 트럼프의 행보를 우려한 듯 그의 고별 연설은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고 그걸 지켜나가는 주체는 시민 모두여야 한다는 것을 부탁한다.

Our democracy is threatened whenever we take it for granted. All of us, regardless of party, should be throwing ourselves into the task of rebuilding our democratic institutions... When trust in our institutions is low, we should reduce the corrosive influence of money in our politics, and insist on the principles of transparency and ethics in public service. When Congress is dysfunctional, we should draw our districts to encourage politicians to cater to common sense and not rigid extremes. But remember, none of this happens on its own. All of this depends on our participation; on each of us accepting the pendulum of power happens to be swinging. Our Constitution is a remarkable, beautiful gift. But it's really just a piece of parchment. It has no power on its own. We, the people, give it power. We, the people, give it meaning -- with our participation, and with the choices that we make and the alliances that we forge.

받아 적을 수 밖에 없는 연설이다. 그러고보니 나는 언젠가 오바마 스피치 책도 샀었지.

사회과학도 입장에서 즐거운 뉴스를 많이 전해줬던 지도자가 떠난다니 아쉽다. 외교안보정책은 코멘트 할 깜냥이 안 되니 차치하고. 좀 더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지도자 덕분에 최저임금도 오르고 (덕분에 내 연봉도 천불 올랐었지... 유학생에게 천불이란!!), 보편적 의료보험에 동성결혼 등 절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던 정책들도 실행되었다. 조심스레. 미셸 오바마가 정치적 경험과 입지를 다져서 멀지 않은 미래에 대권에 도전해 보길 기원한다. 트럼프가 판을 어떻게 뒤집을지 모르는 일이며. 만약 그런 불상사가 정말 생긴다면 나는 제일 먼저 미셸 오바마의 얼굴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그녀가 아직 젊으니 안심이 된다. 페이스북 미국친구 중 누군가는 벌써 M.Obama 2020 을 포스팅 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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