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따씨 방

눈이 온다

바리따 2017. 2. 10. 04:48

눈폭풍이 올거라고 며칠 전부터 떠들썩 하더니 정말 왔다.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하더니, 낮 세시가 되도록 멈추지 않고 오고 있다. 학교는 어제부터 휴강공고를 냈고 (아쉽게도 오늘만이다, 내가 수업하는 내일은 영향이 없을 것 같다!), 티비에서는 각종 기관들이 닫았음을 끊임없이 알려준다 (이런 작은 동네에 이렇게 뭐가 많았구나 하고 알게되는 순간).

동부에만 벌써 팔년째 살다보니 겨울에 폭설은 새삼스럽진 않다. 아직도 신기한건, 그 효율적인 제설 시스템이다. 한국 동사무소를 생각하고 미국 관공서에 가면 일주일치 화가 쌓여서 돌아오는걸 생각했을 때, 이 신속 정확한 제설시스템은 어쩐지 어울리지가 않는 것이다.  눈이 그치자마자 어디선가 제설차가 도착해서 미리 세워둔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눈을 치우고, 주요 도로는 한두시간내에 신속하게 깨끗해진다. 그렇게 제설차의 눈치우는 소리를 듣다보면, 머지않아 주변에 쌓인 눈을 감상하면서 출근할 수 있게 된다. 

눈으로 고생하고 있을 많은 사람들에게는 죄송하지만, 한편으로 이렇게 대책없이 눈이 오는 날은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있다.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눈이 언제 그치려나 하고 한가하게 생각하고 있어도, 남들도 그러고 있으려니 싶어서 죄책감이 안들어서겠지.

발코니에도 발목까지 쌓였다.

눈 오는 날을 찍는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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