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거창하게 적으려면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에서의 유학 생활을 여기에 조금이나마 남긴 덕분에 가끔 다시 읽으며 재미있게 추억할 수 있었다. 이런 블로그의 정체성에 맞게 짤막한 일상의 기억을 남겨두고자 한다.
월요일에 한국에서 출국하고 15시간의 비행을 통해 당일(당연한 일이지만 신기하다)인 월요일 저녁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이 글을 적는 지금은 토요일 대낮이다. 더위가 만만치않던 첫 이틀을 제외하고는 쾌적한 늦여름 날씨(대낮에 30도가 조금 안되고, 습하지 않고, 태양은 뜨겁지만 가을이 조금씩 느껴지는)이다. 습하고 더운 여름 날씨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빨리 처리 해야하는 일들을 하고, 8년전인 2017년과 비교해가면서 어트랙션들도 몇군데 다니고 한 주를 보냈다. 4일 정도 여행했던 지난번과 다른 점을 좀 생각해보면, 빨리 이것저것 봐야한다는 조급함이 없다. 사그라마 파밀리아도, 피카소 뮤지엄도, 여러 유명 관광지를 지나쳤지만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지 않았다. 그냥 동네 구경을 하는 마음으로 다음에 또 오지 뭐, 하고 가볍게 다녀서 좋았다.
또, 맛집에 가는 것에 큰 집착이 없다. 타파스나 다른 유명 음식들은 차근차근 먹으면 된다. 또, 둘이 레스토랑 다운 곳에(그리 좋은 곳이 아니어도) 들어가서 먹게되면 40유로 정도는 생각해야 하니, 식사를 계속 그렇게 할 수는 없다. 40대가 된 우리의 식사량도 줄어서 많은 양이 부담이 된다. 한식, 아니면 최소한 쌀과 김치도 먹고싶다. 그래서 식사의 많은 부분은 직접 요리를 해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아마존에서 구입한 밥솥(소박하게도 무려 20유로짜리를 샀다)으로 첫 밥을 지어 삼겹살을 구워 점심을 먹었다. 이렇게 먹으니, 한결 더 현지에 정착한 기분이 들었다.
가우디의 건축물들이 아무렇지 않게 배경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 비현실적이게 느껴진다. 오늘은 여기 들어가고, 내일은 저기 들어가고, 하는 마음을 갖지 않아도 되는 점이 참 마음에 든다. 매일같이 다양한 슈퍼마켓에 들러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식자재나 음료수, 술들을 구경한다. 동네 뒷동산에 있는 공원에 올라 풍경을 보고, 집에와서 밥을 먹고, 오늘은 어떤 동네를 구경할까 하고 고민한다. 대충 이렇게 며칠을 보냈다. 좋았다. 바르셀로나의 그라시아라는 지역에서 하는 축제에도 다녀왔다. Correfoc이라는 행사(아래 사진)도 봤는데, 강렬하고 재미있었다.


오늘은 La Vuelta 2025가 시작한다는 소식을 접하여, 스트리밍을 켜고(스페인 내에서는 무료 스트리밍을 해주는것 같다, 멋지다) 맥주를 마시며 보는둥 마는둥 하고 있다. F1을 볼때나 사이클 경기를 볼때나 대체로 보는둥 마는둥 하면서 딴짓을 하다가 한번씩 쳐다본다. 경기 시간이 길기 때문에 계속 집중하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보면 마음에 여유가 느껴져 좋다. 마시고 있는 맥주는 Mediterranean IPA인데, 맥주 맛의 어떤 부분이 지중해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맥주 맛도 괜찮다). 오늘 저녁에는 FC 바르셀로나의 시즌 두번째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볼 수 있는 채널이 집에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다).

비자 문제로, 그리고 다른 여러 일들로 마음 졸이면서 여름을 보냈다. 다음 장이 시작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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